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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현상/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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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현상/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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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가 텅빈듯해 한란과 양란화분 몇개를 가져다 놓았다. 한결 분위기가 달라졌으나 그래도 어딘지 허전해 금화조와 잉꼬를 한쌍씩 화분사이에 곁들였다. 4년전의 일이다.그동안 난화분은 두배로 늘어났다. 새들도 여러번 새끼를 깠다. 잉꼬는 한번에 새끼를 7마리나 부화시켜 동네 새집주인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몸집이 십자매만한 금화조도 잉꼬에 지지않고 자손을 번식시켜 친구들에게 선심쓰도록 해주었다.

현재는 새를 모두 정리하고 금화조 한쌍만 기르고 있다. 이 금화조는 짙은 잿빛으로 수놈은 가슴과 양옆으로 장끼처럼 화려한 털이나 있다.

한달전 이 금화조가 새끼 두마리를 또 부화시켰다. 처음엔 벌레처럼 꿈틀거리던 새끼들도 이젠 어미만큼 자라 둥지밖에서 어미에게 먹이를 조른다. 털 색깔이 눈처럼 하얗고 지저귀는 소리가 어미처럼 시원스럽지 못하다는 점이 어미와 다를뿐이다.

일주일 전이었다. 둥지밖으로 나와 아침햇살을 받고 있던 새끼들을 보다가 깜짝놀랐다. 새끼 두마리의 머리에 엷은 분홍빛이 어려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날이 갈수록 새끼들의 털색깔이 어미와 달리 하얀빛을 더해가 이상하게 여기고 있던 참이라 놀람은 더욱 컸다. 자세히 살펴보니 두마리의 눈과 눈언저리가 모두 빨간빛을 띠고 있었다. 햇빛을 받으면 눈동자가 투명한 빨간 구슬처럼 보였다.

틀림없는 백화현상 이었다. 우리는 가끔 하얀 뱀(백사),하얀 참새,하얀 까마귀,하얀 오리,하얀 사슴 등에 대한 보도를 대한다. 부모의 색깔은 그렇지 않은데 엉뚱하게 새하얀 돌연변이종이 나타나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 이러한 돌연변이종을 예부터 흰둥이(백자)라고 불러왔는데,사람도 드물지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박정희대통령 시절 정계지도자중 한사람이 「백자」로 유명했다.

백화현상(Albinism)은 눈·피부·머리·머리털·깃털 등에 노랑 빨강 검은색 및 갈색 등의 색소가 결핍해 아주 하얗게 된 것을 말한다. 피부가 투명해 햇빛을 받으면 실핏줄까지 드러나 분홍빛을 띤다. 눈동자의 실핏줄까지 비쳐 백화현상이 일어난 동물은 공통적으로 눈이 빨갛다. 온몸이 하얗더라도 눈이 빨갛지 않으면 완전한 백화현상과는 구별된다. 백화현상이 일어난 동물은 야생에선 오래살지 못하고 자연도태되는데,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유전인자의 변화란 것외에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다.

나타날 확률도 연구된 것이 없다. 희귀한 것만은 틀림없다. 특히 금화조처럼 새끼 두마리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더욱 드물다. 이 희귀함때문에 백화현상이 일어난 동물은 예부터 대우를 받았다. 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나라(일본)도 있다. 백사는 한방에서 귀한 약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경희대 한의대 시내 한방병원 김병운원장은 희귀함에 대한 기대때문에 그런 것같다고 풀이했다. 이 때문인지 동료들에게 금화조새끼 이야기를 하자 『인삼을 넣어 고아먹어라』,『아들이라도 하나낳아 경사로 연결시켜라』는 등 진한농담이 되돌아왔다.

나라에서도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르기는 했지만 새의경우 대부분 길조·서조로 여겼다. 그러나 나라의 살림이 어렵고 인심이 흉흉할 때는 괴사로 여겨 불행을 경계했다. 이젠 이같은 미신을 믿는 사람도 없어졌지만 요즘처럼 국제관계가 출렁거리고 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상황이 불안한 상황에선 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도 한다. 부질없는 생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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