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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백화점서 주부 피랍/현대 지하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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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백화점서 주부 피랍/현대 지하 주차장

입력
1991.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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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타려다… 21시간 끌려다녀/범인 “1억5천 내라” 전화/가족에 협박하다 붙잡혀/30대 범인 “강남 고급차 주부들 꼴보기 싫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1일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던 40대 주부를 백화점 주차장에서 납치,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강충효씨(30·무직·전과 11범·서울 은평구 대조동)를 검거했다.

강씨는 지난 31일 하오5시께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과일을 사들고 귀가하려던 오모씨(43·여·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등산용칼로 위협,포장용 끈으로 손을 묶고 오씨의 승용차 뒤트렁크에 밀어넣은뒤 차를 몰고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으로 가 밤을 새운뒤 오씨 집에 4차례 전화를 걸어 현금 1억5천만원을 요구했다.

강씨는 신고를 받은 경찰의 전화발신지 추적에 의해 1일 하오1시께 서초구 한국투자신탁빌딩 1층 공중전화 부스에서 붙잡히고 오씨는 서초동 삼풍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피랍 21시간30분만에 구출됐다.

▷범행◁

범인 강씨는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주차장에 숨어있다 오씨가 과일을 들고 자신의 엑셀승용차를 타려는 순간 다가가 길이 20㎝ 가량의 등산용칼을 들이대고 『소리치면 죽인다』고 위협,차앞좌석에 밀어넣었다.

강씨는 차안에서 준비해간 포장용 비닐끈으로 오씨의 손발을 묶은뒤 10만원권 자기앞수표 1장과 구두상품권 등 50여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고 트렁크에 밀어넣은후 차를 운전,1시간여만에 백화점을 빠져나왔다.

범행당시 주차장에는 차가 꽉들어차 있었고 주차정리원 1명이 있었으나 오씨의 차가 구석에 있어 아무도 범행을 보지못했다.

▷협박◁

강씨는 차를 몰고 송파구 삼전동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는 등 강남지역을 배회하다 하오8시20분께 「시민의 숲」으로 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강씨는 밤10시께 오씨를 뒤트렁크에서 빼내 뒷좌석에 앉히고 손결박을 풀어준 뒤 가족관계,재산정도,주소,전화번호 등을 물었다.

강씨는 『살려만주면 가진 돈을 모두 주겠다』고 애원하는 오씨에게 『내일 아침 내가 시키는대로 남편에게 전화하라』 『허튼짓하면 외동딸(20)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강씨는 1일 새벽2시께 오씨 발의 결박을 풀어준뒤 차안에서 잠을 잤다.

오씨는 『옆에 바짝 붙어있던 르망승용차에 공범이 있는것처럼 보였고 딸이 일을 당할까봐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 도망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의 숲」 주차장에는 아베크족들이 몰고온 승용차들이 많아 이 승용차는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금품요구◁

범인 강씨는 1일 상오5시50분께 잠을 깨 오씨를 데리고 주차장 공중전화부스에 가 오씨 집에 전화를 걸어 오씨와 남편 강모씨(49·모대 치과대교수)가 통화토록 했다.

범인 강씨는 이때 오씨에게 『이 사람이 원하는대로 들어주라』고만 말하도록 한뒤 전화를 끊었다.

범인 강씨는 9시까지 두차례 더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1억5천만원을 요구했으나 남편 강씨가 『그만한 돈은 없으나 3천만원은 급히 만들 수 있다』고 말하자 낮12시에 지하철 2호선 강남역입구 녹지대에 돈을 갖다 놓도록 요구했다.

남편 강씨는 경찰에 알린 뒤 은행에서 돈을 찾아 12시에 약속장소에 나갔으나 범인 강씨가 주변에 형사들이 배치된 것을 눈치채고 접근하지 않았다.

범인은 이에앞서 상오11시께 오씨를 다시 결박,뒤트렁크에 넣은뒤 서초동 삼풍백화점에 차를 주차시키고 버스로 약속장소에 나갔다.

▷검거◁

오씨 남편 강씨는 부인이 돌아오지앉자 1일 0시55분께 경찰에 가출인신고를 낸뒤 첫 통화후 협박사실을 다시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남편 강씨에게 발신장소를 추적할 수 있도록 통화시간을 끌도록 요구한 뒤 낮12시 약속장소 부근에 형사 등 2백20명을 잠복시켰으나 범인이 눈치채 1차 검거에는 실패했다.

오씨의 딸(20)은 하오1시30분께 4번째 통화에서 『왜 경찰에 알렸느냐,신변을 더이상 책임질 수 없다』고 말하는 범인에게 울면서 호소하는 등 10여분간 통화를 이어갔다.

발신장소 추적에 성공한 경찰은 긴급출동,약속장소에서 1㎞ 떨어진 한국투자신탁 1층에서 전화하고 있는 범인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어 하오2시30분께 서초동 삼풍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오씨 승용차를 찾아내 뒤트렁크에 결박당한채 있던 오씨를 구출했다.

▷범인주변◁

범인 강씨는 경남 의령 출신으로 중학교 졸업후 80년 상경,88년부터 주방기구 제조업체인 K산업에 입사,영업부 대리로 일했다.

강씨는 지난해 10월 강변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내 보상금으로 1천만원의 빚을 지고 회사를 그만둔뒤 보증금 1백만원,월세 10만원짜리 사글셋방에서 부인(28) 아들(6)과 살아왔다.

강씨는 『빚도 갚고 집을 마련키위해 범행을 했다』며 『평소 강남일대 주부들이 외제차를 타고다니는 꼴이 보기싫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탕하기 위해 칼을 준비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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