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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추돌원인 “혼선”/철도청·직원해명 제각기(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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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추돌원인 “혼선”/철도청·직원해명 제각기(등대)

입력
1991.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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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밤 서울 개봉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추돌사고의 원인은 이틀이 지난 1일까지도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채 엇갈려 혼란을 주고 있다.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323호 전동차 기관사 천정웅씨(47)가 전동차의 자동감속·정지를 보장하는 ATS(열차자동제어장치)의 작동을 차단하고 주의·정지신호를 무시한채 운전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ATS의 주설비인 선로위 지상자의 고장여부에 대해 철도청 조사반 직원의 증언과 철도청의 공식해명이 서로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철도청 사고조사반의 한 직원은 지난달 31일 『역전방에 설치돼있는 ATS 지상자 4개중 2백m 지점에 설치된 지상자가 고장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귀띔했으나 다음날인 1일 철도청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지상자와 차상자는 모두 정상이었으며 기관사가 당시 시속 60㎞로 운행한 점으로 미루어 ATS를 차단취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고장사실을 부인했다.

철도청은 사고후인 31일 상오2시∼3시 ATS 기능시험을 실시한 결과 전혀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지상자가 고장나면 경보기가 울리게돼 있으나 그런 현상도 없었다고 밝혔다.

철도청은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지상자에 이상이 있더라도 기관사가 ATS를 정상취급했다면 사고시 정지현상이 발생하므로 사고원인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상자 고장여부에 관한 의문 외에 기관사 천씨의 잦은 진술번복도 원인 규명에 상당한 혼선을 초래했다. 사고직후 천씨는 곧바로 현장에서 사라져 수사에 나선 경찰이 다음날 아침5시30분까지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원인수사가 불가능했다.

천씨는 이때 개봉역 구내에서 동료 역무원들의 보호속에 은신해 있었고 밤11시께부터는 3시간 동안 철도청 고위간부를 만나 「대책회의」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씨는 경찰서에 연행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났을 때 미리 작성된 메모지를 연신 곁눈질해가며 대답했다. 천씨는 처음 『역전방 4백m 지점 ATS에 적색등이 들어왔으나 운행시간 절약을 위해 수동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당시 수동전환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으며 수사 이틀째부터는 『운행일지를 쓰느라 감속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가 금세 부인할 만큼 종잡을 수 없는 진술을 계속했다.

철도사고는 언제나 대형사고이기 일쑤이다. 아무리 작은 고장이라도 크게 받아들여 대비하고 사고의 원인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오히려 감추려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승객들은 모르기 때문에 도리어 불안하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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