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제어장치등 문제/러시아워때도 무리한 운행체계/시간쫓긴 기관사 수동조작 일쑤지난 30일 밤 서울 개봉역 구내에서 발생한 전동차 추돌사고의 원인은 열차자동제어장치(ATS)의 고장과 무리한 운행체계,기관사의 변칙운전 등이 복합된 것으로 밝혀져 수도권 전철운행에 큰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전동차의 자동감속·정지를 보장해주어야 할 ATS설비가 고장나고 기관사는 승객의 안전은 아랑곳없이 연발·착으로 인한 문책만을 피하기 위해 ATS를 무시한 수동운전을 하고있으며 철도청은 열차 운행시각표를 준수할 것만 요구하고 있다.
▷ATS고장◁
철도청 사고조사반은 31일 하오 개봉역의 선로에 설치된 ATS의 전기신호장치 지상자 4개중 플랫폼전방 2백m의 지상자가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상자는 역구내의 정지신호를 받아 전동차에 설치된 차상자에 전달,자동정지토록 해주는 설비로 각 전철역 전방 3m와 2백m,4백m,6백m에 2백m 간격으로 설치하게 돼있다.
그러나 구로 개봉 신도림역의 경우 이같은 표준간격보다 좁게 1백20여m마다 설치돼 사고위험이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상자의 균열·손상 유무는 월 1회,주파수 양호여부는 3개월에 1회 이상 정기점검을 하게 돼있으나 점검자체가 형식적으로 실시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변칙운전◁
사고를 낸 323호 전동차 기관사 천정웅씨(47)는 당초의 진술을 번복,『수동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철도청 조사반은 전동차 속도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천씨가 정차중인 243호 전동차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은 플랫폼앞 1백36m 지점까지 시속 63㎞로 주행한 것으로 드러나 수동으로 전환,운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은 지점은 ATS가 정상작동되면 시속 15㎞로 서행해야할 곳이다.
일선기관사들은 ATS에 의해 자동감속·정지될 경우 연발·착이 불가피해 자주 수동전환운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기관사들은 『앞차와의 간격이 많이 뜨면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을 더많이 태워야하고 그러다보면 지정된 운행시각표를 지키지 못하게돼 경고·시말서 등의 문책처분을 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사고구간인 구로인천간 27㎞를 운행하는 기관사들은 『상오6시30분∼8시30분,하오6시∼10시엔 정원의 4배가 넘는 승객을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운행체계◁
기관사들의 실제 운행상황에서는 이처럼 승객의 안전이 무시되고 있으나 철도청은 역별 발착시각에 대해 러시아워와 그밖의 시간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역마다 30초 정차하는 것을 기준으로 똑같은 열차운행시각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상오7∼9시,하오6시∼8시30분의 러시아워에는 열차 배차간격이 8분에서 3분으로 더 빨라지는데도 기계적으로 열차의 표정 속도준수를 요구하고 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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