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대정부 비판성 발언이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30일 김 회장은 대한상의 창립 1백7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의 기조연설을 마친뒤 정치·경제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이 정부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을 노출시킨 것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또 구구한 해석과 추측을 낳게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의 발언은 얼마전에 있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두번째로 공식석상에서 개진된 대정부 비판이라는 점에서 허술히 간과해 버리기 어려운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한 개인기업인의 의견이라기보다 재계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성격의 것이라고 보아야한다는 해석이 성립될 수 있다.특히 지난날의 관례로보아 대정부 비판에 극히 소극적이고 신중하기만 하던 재계가 이같은 비판의 목소리를 연이어 높이고 나왔다는 사실은 양대선거를 눈앞에 둔 정·재계간의 미묘한 관계를 노정시킨 것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재계에 의한 대정부 비판의 소리는 고임금,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경제현황에 대해 재계의 고충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김 회장이 표현한대로 「대기업을 약화시키려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는 「대기업의 위축을 필연적으로 몰고올 정책의도는 정부나 학자들이 실상을 너무 모르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경제력 집중을 비난·견제하는 정부정책과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독점기업의 가족지배 형식으로 경제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대기업들의 경영방식을 「소유」와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때 「소유가 문제이지 집중이란 있을수 없다」고 말하는 김 회장의 진의를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만이 국제 경쟁력강화의 근원이 되는 것 같이 시사하고 있는 그의 발언에 대해서 우리로선 전적인 공감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물론 고성장시대에 쌓은 대기업의 공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문어발식 기업을 시장원리를 무시한채 단칼로 자르듯 정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법을 악용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우리경제의 먼 앞날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우리의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김 회장의 발언중 경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정치권이 책임의 일부를 져야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며,정치일정이 맞물려 경제난이 가속되고 선거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어질 내년과 그후를 생각하면 막연하기 짝이 없다는 그의 의견에도 우리는 생각을 같이 한다.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을 믿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위기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좀더 심각해지기를 바라는 것이고,선거관리의 효율적 조정과 정치의 조기안정 등을 통해 정치와 경제가 함께 가시적이고 안정된 앞날을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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