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통치권누수 “미리 차단” 의지/“돈 풀리면 경기과열” 초반고삐 죄기○…정부가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의 사전선거운동을 사정차원에서 단속키로 한 것은 사전선거운동 등 선거과열을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와함께 노태우대통령 임기후반의 통치권 누수현상과 공직사회 기강해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그동안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경고를 거듭해 왔으나 정치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이었고 오히려 법망을 피해가는 편법 선거운동이 활발해져 가는 양상이었다.
정부가 우선 고위공직자에 대해 「사정의 칼」을 빼든 것은 궁극적으로는 정치권 전체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14대 총선 등 내년의 잇단 선거가 가져올 기회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단속의 고삐를 바짝 치켜들어야 한다는게 정부입장이다.
이와관련,김영일 청와대 사정수석비서관은 28일 노태우대통령이 주재한 정례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 부처 및 투자기관 임직원에 대한 복무점검 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특히 노 대통령의 10·15사전 선거운동 엄단지시 이후의 활동을 집중조사,관련사실이 드러날 경우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문책하고 필요할 경우 행정·사법상의 책임까지를 묻는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고위공직자중 상당수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데다 총선은 물론 자치단체장 선거까지 있어 차제에 차기정권에 대비,신분전환을 해야한다는 개인주의적 생각을 지닌 경우도 적지 않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임기 4년이 주민직선에 의해 보장되는 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이 되어야 정권교체기를 큰탈없이 넘어 갈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현재 14대 총선 등 내년의 잇단 정치일정을 앞두고 직·간접적으로 선거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공직자는 장·차관급 인사 20여명을 포함,모두 50여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중에는 이미 현지에 사무실을 개설,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는가 하면 수시로 현장에 내려가 각종 모임에 「얼굴내밀기 작업」을 하는 등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경우도 적지않다.
특히 정치인 출신 일부 국영기업체 사장이나 이사장들은 아예 업무는 뒷전으로 미룬채 회사에서 배정해준 비서진과 승용차를 자신의 선거용으로 활용,빈축을 사고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공직자는 현지에 얼굴을 내밀지는 않지만 「대리인」을 내세워 은밀히 조직을 다지거나 자신을 알리는 홍보물·저서 등을 지역주민들에게 배포하는 우회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더욱이 여권핵심부의 모인사는 지난 9월 추석을 전후,시계 1천5백개를 특별제작해 현지 유지들에게 돌리기도 했다는 후문.
또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현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거나 자신의 저서를 대량배포하며 출마의사를 과시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고위공직자 H씨,국영기업체 이사장 Y씨 등은 현지에 자주 들러 구민정당 핵심간부 등 1백여명에게 오찬을 베풀고 『공천내락을 받았다』는 소문을 퍼뜨려 민자당 현역의원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50여명에 달하는 지역구출마 희망 고위공직자중 5공 전직의원들이 대부분인 국영기업체 이사장들은 노골적으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
우선 국무위원중 겸직의원인 최각규부총리(강릉)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대구 수성구 분구대비) 최형우 정무1장관(부산 동래을) 등은 지역구출마가 기정사실.
또한 현경대평통사무총장(장관급)은 제주시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으며 청와대 비서진중에서도 2∼3명이 선거구 분구에 대비하고 있다.
국영기업체 사장중에선 김영진 토개공사장(원주·횡성) 조영길 광광공사사장(청송·영덕) 등이,국영기업체 이사장중에는 정재철 산업은행이 이사장(속초·고성) 나오연 중소기업은행 이사장(양산) 박익주 도로공사 이사장(남해·하동) 최명헌 무역진흥공사 이사장(서울 구로) 이범준 조폐공사 이사장(양양·명주) 윤항열 국민은행 이사장(광명) 양정규 관광공사 이사장(북제주) 이영창 주공이사장(경산·청도) 민태구 수자원공사 이사장(진천·음성) 등이 지역구 출마의사를 밝힌 상태.
이밖에 금진호 무역협회 고문(영주·영풍) 이상희 과학기술재단 이사장(부산진갑) 조종석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예산) 이규효 국립공원협회장(창원) 이경희 반월공단 이사장(영양·봉화) 안천학 한국중공업 사장(영양·봉화) 등도 민자당 공천을 노리고 있는 상황.<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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