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제 관심·인연없어/대북교섭선 “급할것 없다”【동경=문창재특파원】 미야자와·기이치(궁택희일) 일본 자민당 새총재는 27일 선거에서 유효표의 과반수가 훨씬 넘는 표를 얻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투표결과에는 반미야자와 색채가 뚜렷이 드러나 출범부터 불안해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미야자와 신총재 힘든 승리」 「비판표 분출」 「미야자와,지도력 어떻게 발휘할까」 「당내기반에 불안정요인」…. 중요신문들의 이같은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예상을 훨씬 밑도는 득표는 당원들과 소속의원들의 「반란」 때문이었다.
당초 미야자와 진영과 다케시타(죽하)파 수뇌부는 4백96표중 적어도 3백30표는 얻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3백95명의 자민당 의원중 미야자와 지지를 선언한 다케시타파(1백5명)와 고모토(하본)파(31명)에 자파의원(81명)을 합치면 2백17표,무파벌의원(30명)중 과반수가 미야자와에게 투표하면 의원표로만 2백30표가 넘는다는 계산이었다. 여기에 당원몫으로 할당된 1백1표중 90표 이상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각 언론매체의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계산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었다. 어떤 조사결과는 당원표중 97표가 미야자와 후보에게 돌아가리라고 예측했을 정도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우선 의원표에서 미야자와는 3파소속 의원수보다 10표가 적은 2백7표밖에 얻지못했다. 이는 적어도 10명이 파벌수뇌진의 지시를 「배반」했다는 명확한 증거인데,무파벌의원의 반수정도가 미야자와에게 투표했다고 가정하면 배반의원수는 25명 정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고의적으로 무효표를 만든 4명을 포함하면 30명에 이른다.
당원들의 직접투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1백75만 당원중 미야자와 지지율은 50%에 이르지 못했다. 각 지방에서 득표 1위 후보가 그 지방에 할당된 표(1∼4표)를 모두 차지하도록 돼있는 선거제도의 특성때문에 미야자와는 전국 할당표 1백1표의 과반수가 훨씬 넘는 78표를 얻었지만 실제득표율은 49∼52%에 머물렀다. 다케시타파 소속 의원이나 지방의원 사무실 관청 등을 투표소로 이용했고 참관인들이 모두 해당지역 간부당원이었던 비민주적 선거방식의 결과로 본다면 이는 결코 높은 지지율이라고 할수 없다.
파벌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이 지도부의 지시에 이토록 크게 반발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밀실정치에 대한 불만이라고 볼수 있다. 킹메이커 가네마루(김환신)옹의 배후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리모콘총리」에 불과하리라는 회의감도 작용했을 것이고,리크루트사건에 관련된 「회색정치인」의 재등장을 경원한 것도 사실이다.
미야자와 새총재는 오는 11월5일 개회되는 임시국회에서 일본총리로 지명받아 가이후(해부준수) 현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국제감각이 탁월한 지성파라느니 외교·경제통이라는 등 높은 평판을 받고 있지만 미야자와 정권의 출범으로 한국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감각이란 말은 그가 대미교섭에 오랜 인연과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통역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영어가 유창하다는데서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미야자와 신임총리는 한국과는 별다른 인연도 없고 큰 관심도 갖지 않아온 정치인이다. 미국전문인 그가 한국문제에 관심을 가질 환경이 아니었던 일본정계의 「역할분담」현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일의원연맹같은 정치단체에도 가입한 일이 없다. 동경외교가에서는 미야자와 새총리의 대한국관계를 「소와 닭」의 관계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특별한 인연도 관심도 없고 따라서 애증도 없음을 표현한 말이다.
한국과 유일한 인연이 있었다면 외무장관시절 딱 한번 한국을 방문한 일이다. 김대중 현 민주당 공동대표 납치사건이 한·일간의 정치현안이 돼있을때 사태수습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일은 한국에 대해 그리 좋은 인상을 갖지 못하게된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도 마찬가지. 그는 사석에서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말한적이 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스타일로 보아 핵사찰문제에서 원칙론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어 오는 11월 하순으로 예정된 제5차 북경회담이 주목된다.
전문분야인 대미관계에서는 11월28일 부시 미 대통령 방일이 첫 시험이 될 것이다.
날로 압력이 거세지는 쌀시장 개방문제와 미·일간의 새로운 관계모색에 일본내외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당운영은 다케시타파,내정과 외교는 스스로」를 외치는 원로 부수정객의 외교수완이 궁금하기만 하다.
현 가이후 정부와는 다르리라는 진단만은 확실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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