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선심·장악력 강화 속셈… 여야 합작 졸속추진/명예직 따른 중립·효율성 해쳐/중앙정치의 지방오염 가속화여야가 국회의원 세비성격의 활동비를 지방의회 의원에게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해 큰 물의를 낳고있다. 시도의회 의장단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움직임은 형식상 「실비보전」이란 명분을 취하고 있으나 내용상 지자제 실시의 근본취지를 뒤엎을 수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벌써 『내년 총선을 의식,여야가 앞다퉈 지방의원들의 환심을 사려는 포석』이라는 자체비판의 소리가 적지않다.
특히 여야의 법개정 움직임은 지난 8월말 내무부가 시도지사회의에서 「지방의원의 활동비와 의전차량 지원비를 예산에 반영하라」는 지침을 시달한 것과 같은 맥락. 따라서 정부와 여야 모두가 지자제의 본뜻과 지자제관계법의 입법취지를 도외시한채 특수계층에 영합,또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국민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있는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법(32조)에 의하면 ▲의원은 명예직으로 하되 일비와 여비를 자치단체의 조례기준에 따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일비는 회기중에 한해,여비는 공무여행일 경우에 한해 지급토록 한정돼 있다.
다시말해 공무원이나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직은 실비지급외엔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해 말그대로 자치행정의 중립성과 효율성을 기한다는게 입법취지이며 외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정당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여야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내세워 30년만에 어렵게 지자제를 부활시켜 놓고 1년도 채안돼 「자치행정을 통해 지방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를 이번 법개정 움직임에서 드러냈다』고 공박하고 있다.
○…민자당은 지난 9월14일 시도의장단의 법개정 건의를 받은직후 당내에 신속하게 지방자치법 개정소위(위원장 강우혁의원)를 설치,그동안 2∼3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민자당은 본회의 회기외에 상임위 활동기간에도 「실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현행법을 개정키로 의견을 모았으며 이 실비에 일비·여비외에 활동비에 해당하는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비」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당초 시도의장단의 건의에 무리가 있다고 보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야당이 선수쳐 개정안을 내놓자 뒤질세라 입법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당 관계자는 『명예직이란 당초 입법취지를 지키는 선에서 지방의회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라며 『매월 활동비를 정기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회기중 또는 상임위기간에 한해 지급한다는 것이므로 큰 액수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활동비 지급기준을 조례로 정하게 됨으로써 「무보수 명예직」의 당초 취지는 사실상 무너질수 밖에 없다는게 지배적 관측. 한 관계자는 『그렇지않아도 일부 지방의회에서 여비명목의 예산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와 말썽을 빚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킨 바 있는데 충분한 검토도 없이 졸속하게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총선표를 의식한 결과』라고 꼬집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어느새 국회의원과 지방의원과의 공생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예정대로 법개정이 이뤄질 경우 지방자치의 중앙정치오염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지방의원들의 활동비 지급을 위한 법개정에 먼저 나선데에는 정치자금 조달에 있어 여당에 비해 상대적인 열세를 느껴온 심리적 요인이 어느정도 깔려있는 것으로 일단 이해할 수 있다.
개정법안 마련에 참여했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방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취지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우리 정치관행,특히 의원과 유권자를 연결시키는 최소한의 정치비용을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를 추진하는 배경은 그동안 드러난 중앙당과 지방의회 관계의 난맥상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지배적인 실정이다.
특히 호남지역 지방의회의 경우 의장단 선거에서부터 중앙당의장 내정자가 낙선하는 「반란」이 잇달아 항명의원들에 대한 제명소동이 빚어지는 등 예상외의 고초를 겪기도 했으며,이는 지방조직에 대한 중앙의 장악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호남지역에 관한 한 「철벽지지」를 으레 기정사실화 해오던게 현실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법개정 취지뒤에는 「선심」의 대가로 중앙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하려는 정치역학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당인사들도 전적으로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런식의 법개정은 아직 때가 이르다』고 실토한 뒤 당의 매끄럽지 못한 추진방식을 지적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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