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청와대 사칭사기 8건(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청와대 사칭사기 8건(사설)

입력
1991.10.29 00:00
0 0

청와대사칭 사기사건이 이달들어서만 8건이나 발생했다. 결코 좋은 조짐이 못된다. 흔히 사기사건은 사람이 지나치게 어수룩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약삭빨라 제꾀에 제가 넘어가는 경우에 당한다고 한다. 사기죄의 구성요건이 고의로 남을 속여 착오에 빠뜨리는 것일진대,사람들이 헛된 꿈과 욕심에 빠지지않고 제정신을 차리며 준법정신을 지니고 있다면 사기범들이 활개칠 여지란 적어지게 마련이다.그런데 일반사기사건과 달라 청와대 사칭사기는 문제가 심각하다. 우선 사기규모가 대규모이고 조직적이게 마련이어서 피해가 크고,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좋지 못하다. 더 한층 걱정스러운 것은 이같은 사건이야말로 과거 독재·권위·부패정권시절의 해악과 유산이 사회전반에 여전히 남아 관례화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인 것이다.

엊그제 일어난 사건만해도 사기범 일당 3명은 온갖 장난을 다쳤다. 외국의 발전소 건설수주를 미끼로 우리나라 최대기업들을 상대로 사기를 기도했는가 하면 대출·차관 등을 미끼로 20%의 정치자금과 거액의 경제장관 접대비를 요구해 가로 챘었다. 이 사건이전에도 우리나라 유수의 재벌총수가 그런 사기극에 말려들뻔 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사회정의와 탈권위의 민주화를 내세우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남아있거나 남아있는 것으로 일반에 인식되고 있는 검은관례들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이참에 모두 한번 생각해 보자.

수서사건 등에서 냄새를 풍겼듯이 행정이 법에 따라 엄정히 이뤄지지 못하고 무조건 상부지시 일변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어느 고위관리는 최고기관이나 상급기관일수록 책임질일이란 없는 법이라고 사석에서 말했었다. 법령이나 근거서류하나 없이 통치권자나 고위층의 의사임을 은근히 비추는 것만으로 밀어붙이고 있고,정치·행정·경제 등 각 부문에서 그걸 거스를 여지란 적다는 의미였다. 아직도 현실이 그렇고 그런 인식이 깔려있는 마당이면 가장 큰 책임은 권력층 자신에게 돌리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된다. 작게는 작은 민원이나 허가업무에서부터 관리를 끼거나 돈을 쓰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청와대소리만 들어도 이성이 흔들려 사기극에 놀아나는 결과를 빚고있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권력층의 반성과 깨끗한 몸가짐이 필수적이다.

세상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탈법과 권력유착으로 일확천금하거나 힘을 얻으려는 사회일반의 인식에도 문제가 따른다. 이제는 권력을 업고서도 법에 어긋나면 안되는 일도 있게된 세상인데,과거의 버릇에 여전히 물들어 약은체 미리 알아서 기는 퇴영적 노예근성이 남아있는한 청와대나 고위층사칭 사기범은 앞으로도 날뛸 것이다. 당국이나 특권층과 함께 국민들도 이성과 준법정신을 되찾아야 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