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과 재계가 불편한 관계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의 「변칙상속」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증여세 추징 등 일련의 조치와 이에대한 현대그룹측의 법적대응시사 등이 부자연스러운 관계를 극명하게 노정시키고 있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대가없는 부의 상속」에 대한 탈세추징대 기업의 「절세」의 대결양상이다. 그러나 많은 시각이 이 가시적인 도식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복선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이미 누차 지적되어온 바 있다. 서영택 국세청장은 25일 『잠정적인 과세안이 확정됐다』며 『지난 22일 현대측에 이를 통보,소명자료를 기다리고 있으며 최종세액은 현대측의 소명자료에 대한 심사를 거쳐 다음주말 확정,발표하겠다』고 했다.세액이 최종확정되면 현대그룹이 승복하느냐 아니면 국세심판소에 제소하느냐의 문제가 남게된다. 우리는 이 문제가 건전한 법의 상식에 따라 해결되기를 바란다. 징세권을 쥐고있는 서 국세청장이 『법의 정신에 따라… 최고액을 추징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불필요하게 감정을 얹은 강성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6공의 정책과 정치스타일을 비방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도 불필요하게 현정권의 핵심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26일 고 박정희대통령 12주기 추도식에서 『우리 사회는 경제적 성과를 잠식하고 있을뿐 아니라 그 정신적 유산까지 저버리고 있으며 국민전체에게 커다란 도움을 줄 비전과 신념이 사라지고 있다』며 『모든 일에 투철한 신념을 갖고 단결된 실천력을 발휘하던 창조적인 노력이 아쉬워지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의 경력과 위치로 봐 못할말이 아니다. 또한 정곡을 찌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적 상황으로는 건전한 비판보다는 「부의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짙다. 재계지도자가 집권세력을 드러내놓고 비판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3·5공의 권위주의체제 같았으면 그런 비판을 하겠느냐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6공 경시라는 오해도 가져 올수 있다. 더욱이 6공이 이제는 종막에 접어들었다. 레임 덕(절름발이 오리) 현상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6공에 국민수권의 정통성이 있다. 통치권의 더 이상의 약화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재계는 비단 현대그룹의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비영업용 부동산」의 강경처분,새로운 주력기업의 선정,경제력 집중의 완화 등 일련의 반재벌적 정책에서 대립을 보여왔다. 재계도 국민경제 차원에서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의 정책집행도 공정해야 하고 가능한한 정치성을 배제해야 한다. 정부와 재계가 불편한 관계를 하루빨리 청산,건전한 협력체제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 우리 경제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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