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자 실상폭로후 논란 격화/중동회담때 최대의 이슈 될듯/강제사찰 압력등엔 거부입장 불변확실【런던=원인성특파원】 최근들어 이스라엘의 핵무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수십년간 베일에 가려져있던 이스라엘의 핵은 곧 열릴 중동평화회담에서 주요이슈의 하나로 대두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국제적 압력이 가중돼도 이라크나 북한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입장의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게 서방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스라엘의 핵문제가 뒤늦게,그리고 새삼스럽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강제핵사찰이다. 이라크가 적극적으로 핵무기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북한도 핵사찰 압력을 받게 되면서 잠재적인 핵보유국으로 지목되어 왔던 이스라엘의 핵은 과연 어떤 단계에 있는가 하는 국제적인 관심이 일어나게 됐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기자 세이무어·허시가 펴낸 「삼손의 선택」이라는 책이 이스라엘의 핵에 관한 논란을 격화시키고 있다. 허시는 이 책에서 이스라엘이 약 3백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73년의 중동전때와 올해초의 걸프전때 핵무기 사용 경계태세에 돌입했었다고 쓰고 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허시의 이같은 주장이 근거없는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허시의 주장이 이스라엘의 핵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핵무기 보유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스라엘은 중동에 핵을 끌어들이는 첫번째 국가는 되지않을 것』이라는게 30여년간 일관되게 밝혀온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핵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핵무기개발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으며 이미 상당량의 핵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스라엘이 원자로를 처음 건설한 것은 지난 52년이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원자로를 건설하면서 아랍세계에 대한 최후의 대응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게 대체적인 정설이다. 그뒤 57년 프랑스의 기술지원으로 네게브사막에 두번째 원자로를 건설한뒤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60년대말에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외부의 분석에 대해 이스라엘 관리들은 『우리는 「지하에 저장된 무기」에 대해 획기적인 재검토를 하지는 않을 것』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이같은 언급은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지만 국제적인 사찰에 대해서는 단호한 거부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양한 추측과 애매모호한 반응속에 실체가 숨겨져왔던 이스라엘의 핵문제는 30일부터 열리는 마드리드 중동평화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회담 시작후 2주가 지나서는 중동지역의 군축에 관한 협상이 열리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스라엘은 재래식무기의 감축만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담이 진행되면 핵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수 밖에 없다.
인근 아랍국들은 이스라엘의 핵에 대해 심각한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러나 아랍세계속에 외딴 섬처럼 둘러싸여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핵무기를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한치의 양보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패전국 이라크처럼 강제로 사찰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스라엘의 핵은 추측과 논란만 무성한채 중동의 평화를 가로막는 또하나의 요인으로 남아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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