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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 어린이 「통독 충격」 심각(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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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 어린이 「통독 충격」 심각(특파원리포트)

입력
1991.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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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노조지 「메탈」 글모음서 드러나/이념·가치관의 격변에 적응못해/동서독 갈등 전쟁으로 비화 우려/상품홍수속 부모실직 탄식… 방치땐 “통일희생양” 될수도【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통일은 과거 동독의 어린이들에게 특히 심각한 혼란과 불안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독어린이들은 이념과 가치관 및 생활양식의 갑작스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새로운 환경에 의외로 어른들 보다 훨씬 깊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장래 진정한 통일을 완성할 주역인 어린이들의 「통일충격」을 완화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독일 산업노조기관지 「메탈」은 「독일과 세계,그리고 나의 갑작스런 변화」란 주제로 7∼14세 어린이들의 작문을 공모했다.

이 경연에는 동서독 학교에서 1차 심사를 거친 3백60편의 글이 응모했는데,동독 어린이들은 민중혁명과 베를린장벽 붕괴 및 통일 이후에 이르는 급변을,서독 어린이들은 통일 보다는 걸프전쟁을 주된 소재로 다루면서 모두 충격과 불안을 표현했다.

먼저 서독 어린이들은 통일이 역사적인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걸프전쟁을 가장 충격적 체험으로 지켜 본 전쟁의 참상을 자신의 체험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으면,특히 『그 전쟁터에 있어야만하는』 군인들의 공포를 자신의 것으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의적인 환경파괴 등에 『이해할 수 없는 세계』란 불안감을 나타냈다.

동독어린이들도 걸프전에 충격을 표시하긴 했으나 역시 통일이 가져온 엄청난 변화가 주된 관심사였다.

켐니츠에 사는 울리케·비트케(12)란 소년의 글.

『사회생활 시간에 우리는 사회주의 조국은 아주 좋은 것이고,자본주의 나라에서는 인민이 착취당하고 억눌린다고 배웠다.

매일 저녁TV에서 보던 호네커(공산당 서기장)를 소년단 대회에서 만났을때는 즐거웠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네커가 물러나고 TV에도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모든게 달라진 이유를 알 수 없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심사위원이자 동독 민중혁명의 대변인이었던 작가 뵈트벨브라이는 『어린이들에게는 과거에 진실로 믿던 이데올로기 등이 거짓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주장들도 거짓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한다.

통일의 환희도 이런 어린이들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안드레아·팔쿠스(14)란 소년은 『장벽이 무너지고 국경이 열려 우리 모두 기뻐해야 한다지만,우리가 정말 그걸 바라왔던가. 나는 불안하고 걱정스럽다』라고 썼다.

통일후 동서독인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고,특히 동독사회의 범죄,폭력 등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은 어린이들의 불안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로스토크의 만디·찬(12)이란 소녀는 『정치인들은 불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동서독인간에 미워하는 마음이 자꾸 강해지고 있어 곧 전쟁이 날 것이다』라고 썼다.

정치적 사고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절약과 자원 재활용을 미덕으로 알아 온 환경에서 갑자기 자본주의 소비사회로 편입된 생활환경의 변화는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브란덴부르크의 슈테판·슈바르츠(10)란 소년은 『전에는 학교에 큰 폐품수집장이 있었고,학급에서 가장 많이 모은 학생은 상을 받았다. 이제 상품포장 등 때문에 폐품은 엄청나게 많아졌는데 수집장도 없고 팔 곳도 없다. 쓰레기만 많아졌다』고 썼다.

더 큰 혼란과 장래에의 불안은 현란한 상품의 홍수속에 부모들이 실업한 어린이들의 경우다.

슈데벤·아이제르트(7)란 어린이는 『전에는 서독 TV에서 맛있는 과자들을 보고 엄마에게 왜 우리나라에는 저런 과자가 없느냐고 물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맛있는 과자와 포도가 많지만,엄마는 일을 하러 가지않아 돈이 없다고 한다』고 의아해 했다.

또 클라우이다·디트리히(11)란 소녀는 『아빠는 직장을 잃고 엄마는 한달에 절반만 일한다. 내가 절약해야하는 것보다는 엄마 아빠가 슬퍼하는 것이 더 나쁘다.

하지만 나느 도울 길이 없다』고 썼다.

이같은 어린이들의 혼란과 불안에 대해 작가 볼라이 등은 어른들에게도 충격적인 변화를 어린이들에게 이해시키고,적응을 도와주는 사회의 노력이 없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전체가 격변속에서 어린이들을 충격과 고통속에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연방의회 아동위원회의 빌헬름·슈미트는 이 동서독 어린이들의 글에서 나타난 통일에 대한 인식차이와 문제점에 대해 『어린이들의 통일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도와주는 노력없이는 어린이들은 「진정한 통일의 희망」이 아닌,「통일의 희생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의 완성을 이룰 다음세대의 주역인 동서독 어린이들간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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