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상공부가 발표한 「86년 이후 임금이 가격경쟁력에 미친 영향분석」 보고서는 최근 국제수지적자 확대추세에 대한 주무부처의 궁색한 「변명」을 집약해 놓은 느낌이다.상공부 주장은 지난 몇년간 높은 임금상승으로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저하돼 국제수지의 급격한 악화를 불렀다는 것.
또 86∼88년 대규모 흑자는 84∼87년의 낮은 임금인상에 힘입은 반면 최근의 적자확대는 89년 이후 높은 임금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와함께 대체로 기업측면의 노력이라 할수 있는 기술개발투자 품질관리 디자인 마케팅 애프터서비스 등 비가격요인은 89년 이후 개선추세라고 덧붙이고 있다.
상공부 주장대로라면 국제수지 악화의 주범은 명백히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다. 기업은 기술개발 경영개선에 최선을 다했는데 근로자들의 자기몫 챙기기 때문에 나라경제가 거덜날 지경이 됐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그럴까. 86∼88년 호황때 벌어들인 돈을 부동산 재테크 문어발확장에 쏟아부은 국내 기업들의 행태는 외면한채 근로자들만 몰아세우는 균형잃은 시각에는 차라리 언급을 피하고 싶다. 또 수출이 여의치않자 재빨리 호화사치품 수입상으로 변신,적자확대에 기여중인 일부 대기업을 지적치 못한 배경은 통상마찰을 걱정한 때문이라 여겨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상공부의 「임금인상 망국론」 속에는 행여 국제수지방어 주무부처로서 책임을 면해보려는 의도가 깔린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제수지적자 원인이 수출은 꾸준히 회복되고 있는데 수입이 더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상공부는 내수과열→수입폭증→적자 확대라는 기존 정책시각에서 임금상승→경쟁력 약화→수출부진→적자 확대로 슬그머니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동구특수니 제조업경쟁력 강화니 하며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수출회복이 맘먹은대로 잘안될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이는 것같은 모습이다.
총선을 앞두고 수출부진과 적자확대에 쏟아 질문책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산업구조 조정과정상 불가피하다던 섬유·신발산업의 수출부진까지 끄집어내 「임금인상=적자확대」식 논리비약을 시도한다면 고물가속에서 용케 침묵하고 있는 노동현장을 새삼 들쑤시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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