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경매로 이름높은 「크리스티」는 영국의 자존심을 대표한다고 할만하다. 한창 경기가 좋았던 재작년의 경우 거래액이 1억9천2백만파운드,요즈음 환율로 2천5백4억원 가까운 액수였다. 여기에서 거둬들인 수익이 8백73억원이었다. 영국의 외무장관을 지냈던 캐링턴경을 회장으로 모실만큼 콧대높은 회사다. ◆크리스티와 맞서 세계의 문화재 경매시장을 주름잡고 있는게 「소더비」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부동산업자 알프레드·토브먼이 이끄는 투자그룹이 소더비의 주식 3분의 2를 갖고 있다. 소더비는 미국기업답게 상당히 공격적인 장사로 유명하다. 전세계에 위성중계로 소위 「비디오경매」를 시도하고,고객에게 융자도 해준다. ◆87년 12월 천재화가 반·고흐의 작품 「붓꽃」이 5천3백90만달러라는 세계기록을 수립했을 때 소더비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업가 앨런·본드에게 반액을 융자해줬다. 그러나 본드는 이 그림을 산지 얼마안돼 사업이 무너지는 바람에 이 빚을 갚지 못했다. 소더비가 융자까지 해준다는 사실이 그래서 세상에 알려졌다. ◆세계의 문화재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역시 일본이다. 예를들어 세계미술품시장 경기가 좋았던 재작년 11월 한달동안 일본의 「큰손」들은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미술품경매에서 모두 2억3천만달러를 뿌렸다. 반·고흐의 「해바라기」 등 그림값 신기록을 세우는 것은 예외없이 일본사람들이다. ◆지난 22일과 24일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뉴욕에서 한국문화재 단독경매를 열었다. 고려때 탱화는 눈부실만큼 훌륭한 걸작이었다. 땅투기에 골몰해온 우리의 큰 손들도 이제는 문화재쪽으로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 문화재투기는 국가경제에 해를 끼치지도 않고,졸부들에게는 「문화인」의 자격증 구실도 할테니 꿩먹고 알먹기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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