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성과거둬 가벼운 발길” 작별인사/북대표 “비관적 민심 일단멈춰” 화답/“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도착성명3박4일의 평양여정을 끝내고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우리측 대표단의 발걸음은 과거처럼 무겁지 않았다.
정원식 국무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은 평양에서 이뤄낸 「조그만 진전」이 남북관계의 새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기원했고,오는 12월10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제5차 회담에 종전과 달리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큰 선물 드렸다” 만족
▷판문점 통과◁
정 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 일행은 개성을 거쳐 낮12시50분쯤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 도착,이곳까지 전송나온 김광진 차석대표 등 북측대표 6명과 작별.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를 열게돼 올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심경을 피력.
이에대해 안병수 북측 대표는 『그간 세차례 회담에서 비관적이던 민심을 이번 회담을 통해 일단 멈춰 놓았다』고 화답.
정 총리 등 대표단 일행은 북측 최우진대표와 최봉춘 책임연락관의 안내로 평화의 집앞에 도착,꽃다발을 받고 손을 흔들며 답례. 대표단은 북측 대표들과 10여분간 5차 서울회담에 대한 기대감 등을 표시하며 환담한뒤 북측이 마련한 8대의 벤츠승용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환.
정 총리는 취재기자들에게 『염려해 주셔서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
한편 회담지원차 방북했던 한 정부당국자는 『고생했다』라는 취재기자들의 인사에 『큰 선물을 드렸다』고 회담결과에 만족을 표시.
○“불가침등 입장차이”
▷평화의 집◁
정 총리 등 대표단 7명은 평화의 집 회의실에서 마중나온 이연택 총무처장관과 심대평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등 관계관들과 다과를 함께하며 「가깝고도 먼」 평양여정에 관해 환담.
정 총리는 『체류일정은 3박4일밖에 되지 않았으나 한 열흘쯤 지난 느낌』이라며 『특히 개인적으로는 지난 46년 사리원을 떠나 월남한지 45년만에 군사분계선을 넘어 이북을 다녀왔으니…』라며 감회어린 표정.
정 총리는 이어 이 총무처장관에게 『그동안 별일이 없었습니까』라고 물으면서 국내상황에 관심을 표명하자 이 장관은 『국회일정이 한창 진행중』이라고 답변.
회담결과에 대한 질문에 송한호 통일원차관은 『합의서 명칭에는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불가침 등 중요한 여러 문제에 있어서는 양측의 입장차이가 분명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회담 전망을 평가하면서 『5차 서울회담 이전에 있을 대표접촉은 11월 중순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
○“핵개발포기 촉구해”
▷도착성명◁
우리측 이동복대변인은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도착직후 발표한 도착성명에서 『평양방문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다』고 일성.
이 대변인은 『만족할만한 구체적 문안내용 합의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이번 회담에서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을 명기하는 단일합의서」를 채택키로 남북이 합의한 것은 전향적인 성과』라고 강조.
그는 또 『불가침을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하루속히 국제기구의 핵사찰을 수용하고 핵무기개발은 포기토록 북측에 강력히 촉구했다』고 설명.
▷대표단 동정◁
대표단은 평화의 집에서 늦은 점심을 들고 하오2시 조금 넘어 판문점에서 청와대로 직행,회담결과를 보고.
정 총리는 3층 식당에 수행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와 오찬에 앞서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라며 건배를 제의.
정 총리는 이 총무처장관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에 관한 국내보도 내용을 설명받고 평양에 다녀온 소감과 앞으로의 할 일 등에 대해 환담.
○“신뢰구축도 큰 성과”
▷출발환담◁
우리측의 정 총리와 연형묵 북한 총리는 이날 상오8시20분쯤 평양역으로 출발하기 앞서 숙소인 백화원초대소 응접실에서 약 20분간 평양에서의 3박4일과 5차 서울회담 등을 화제로 환담을 나눴는데 24일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때문인지 시종 밝은 분위기.
정 총리는 『비록 3박4일밖에 안되지만 옛 친구처럼 느껴진다』며 『모든 회담이 다 그렇지만 신뢰구축이 중요한데 이번 회담은 그런 점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하자 연 총리는 『어제(만찬)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고 화답.
이어 연 총리는 『5차 회담은 잘 돼야죠』라며 정 총리를 응시했고 정 총리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5차 회담때 우리는 사인만 하도록 하고 남은 시간은 관광이나 하자』고 응답.
○“무얼 담느냐가 문제”
▷평양개성◁
상오9시 평양역을 출발한 정 총리는 특별열차안에서 북측 차석대표인 안병수 조평통부위원장 등과 이번 4차 회담을 등을 화제로 환담을 나누며 낮12시40분쯤 개성역에 도착.
정 총리는 개성으로 오는 도중 몇몇 남북기자들이 찾아가 회담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번 회담은 남북간 화해,불가침,교류문제에 타결을 보지는 못했으나 지난 세차례 회담의 교착상태로부터 타결을 위한 돌파구를 열었다는 의의가 있었다』고 자평.
정 총리는 『이제 남북간 합의를 위한 그릇을 만들었으니 앞으로 이것에 무엇을 담느냐가 문제』라고 실무대표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래도 그릇을 만들었다는데서 꽤 홀가분한 기분으로 서울로 간다』고 피력.
5차 서울회담의 전망에 대해서 정 총리는 『실무대표회담에서 최대한 호양정신을 발휘해 노력만 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고 응답.
동석한 안병수 북측 대변인은 『이제 관심의 초점은 4차 회담의 공동보도(발표문) 자체보다 5차 회담의 운명에 달려있다』고 내용상 합의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실무회담의 진척과 관계없이 실무회담에서 맺힌 고리를 풀기 위해서라도 5차 서울회담을 해야한다』고 실무본회담 불연계 입장을 거듭강조.
안 대변인은 『큰분들(양측 총리)이 왔다갔다 하는데 빈손으로 서울과 평양을 다닐수 있느냐』면서 『두 총리들은 예비회담에서 다 해결하고 도장이나 누르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정 총리의 동의를 구하기도.<평양·판문점=이이춘·한기봉기자>평양·판문점=이이춘·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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