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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의 대 베트남 수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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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의 대 베트남 수교(사설)

입력
199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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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이 끝난지 16년만에 미국과 베트남이 국교관계를 틀 전망이 확실해졌다. 캄보디아 평화협정 조인에 참여한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두나라의 수교협상이 한달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의 수교협상은 캄보디아 평화협정이 매듭지어짐으로써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이루어지는 「예정된 행사」와도 같다. 다시 말해서 지난날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국교관계를 트는 방향으로 모든 여건이 성숙한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걸림돌이 「캄보디아」였기 때문이다.두나라의 수교는 미국보다는 베트남쪽의 사정에 의해 시급한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동유럽 혁명의 여파로 소련으로부터의 결제원조가 끊기고,소련의 개혁·개방에 맞장구를 치는 소위 「도이모이(쇄신) 정책」도 빈사 상태에 몰렸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통일을 이룩했다고는 하지만,국민소득 2백달러의 아시아 최빈국이요 인플레는 한해 1백%에다 실업자가 20%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베트남은 1백16만 대군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금수조처로 베트남의 숨통을 죄어왔다. 실종 미군처리나 캄보디아문제 해결이 전제돼 있다고는 하지만,결국 미국·베트남 수교도 냉전청산과 미국의 새로운 영향력이 가져온 「새질서」의 한가닥에 틀림없다.

베트남은 지난 6월 제7차 당대회를 고비로 당과 내각의 세대교체를 단행,실용주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 정치적으로는 1당 독재를 견지하면서 지난 87년부터 추진해온 경제개혁과 개방을 다급하게 추구해야할 입장이었다.

베트남은 인접 아세안권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도 경제협력의 길을 모색해왔다. 지난해에는 경공업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했고,지난 8월말에는 상공차관을 비롯한 4명의 경제관료가 다녀갔다.

캄보디아 평화협정의 성립은 베트남의 「지역패권주의」가 일단 후퇴했음을 뜻한다. 그대신 미국과의 수교는 베트남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 지역의 국제경제 체제에 문을 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일본은 종합상사 등 몇몇 기업들을은 선두로 해서 기름을 비롯해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가진 베트남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어 놓고 있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상당한 투자와 교역을 기록했다. 우리의 경우 무역액은 겨우 1억달러에 지나지 않고 있다.

마침 체육교류협의차 하노이를 방문중인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협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과의 관계는 공산권 정책과 함께 동남아 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두가지 측면이 있는 만큼,신중하고 조직적인 정책이 전제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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