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린 제4차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앞으로 양쪽이 채택할 합의서의 명칭과 숫자,구성 형식 등에 합의한것은 주목 할만한 성과이다. 실질문제가 아니고 형식문제에 관한 합의라고 해서 가볍게 보아넘길 수 없는것은 이것이 바로 남북총리회담이 도출한 최초의 합의이기 때문이다. 남쪽은 1차 회담부터 작년 12월의 3차 회담때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본합의」 「불가침선언」 「3통협정」 등 3개 합의서를 채택 하자고 주장해왔었다. 이에대해 북쪽은 「북남 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이라는 단일 합의서를 채택하자고 맞서왔던 것이다.이처럼 팽팽한 줄다리기가 4차 회담의 철야실무 접촉에서 남쪽이 단일합의서라는 북쪽의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풀어진 것이다.
즉 양쪽은 합의서의 ▲명칭을 「남북한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로 하고 ▲단일문건으로 정리하며 ▲구성은 서론화해불가침교류협력발효조항으로 한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양쪽의 주장들을 한데 얽어매 만든 셈이다.
이로써 남북은 그릇의 형태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그릇에 담을 내용물이다. 양쪽은 5차 회담이 열리는 12월 중순까지 판문점에서 구체적인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이나 상이한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 근접시킬지 의문이다. 합의서에 담을 실질문제나 합의서와는 별도로 부상한 핵문제에서 양쪽의 견해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남쪽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으려하고 하는데 비해 북쪽은 원칙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부터 대조적이다.
남쪽은 실효성 있는 불가침선언을 위한 보장장치,3통 등 경제교류 협력을 위한 구체적 실천조치,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출판물 개방 등은 합의서에 꼭 반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쪽은 그런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자칫하면 체제붕괴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계산에서 몹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쪽은 구체적 보장장치가 없는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자는 주장인데 남쪽으로서는 그 제의를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앞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을 들고 나올때 대비책이 없기 때문이다.
합의서와는 무관하다고 하나 앞으로 남북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핵문제 역시 서로 입장이 너무나 다르다. 이번 회담에서 남쪽은 무조건 사찰을 촉구한데 반해 북쪽은 남한에서의 핵철수가 확인된뒤 남북 동시 핵사찰에 응할것이라며 「조선반도의 비핵시대화에 관한 선언」을 들고 나온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견해차이가 크다 하더라도 통일이라는 민족적 염원과 세계여론을 생각한다면 판문점의 실무협상은 꼭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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