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검찰진술 모두 사실… 출석 않겠다”/변호인단 “공개증언 필수적… 구인요청”/「필적진위」함께 재판 큰변수로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대필 사건의 주요증인으로 알려진 김씨의 여자친구 홍성은양(26·전 K여상 강사)이 지난 23일 서울형사지법 합의25부(재판장 노원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기훈피고인(27)에 대한 5차공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가 미리 재판부에 불출석의사를 밝히고 법정에 나오지 않음에따라 유서필적의 진위를 둘러싼 공방과 함께 홍양의 증인 출석여부가 이번 재판의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당초 『강 피고인이 김기설씨의 수첩에 이름과 전화번호 2개를 써넣어 필적을 조작하려했다』는 홍양의 진술을 강 피고인의 유서대필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판단,법원에 증거보전까지 해 둔 반면 변호인단은 『홍양의 검찰진술은 96시간 동안의 억압 상태에서 이루어진것인 만큼 신뢰할 수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취해왔기때문에 홍양의 출석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양은 지난 21일 재판부 앞으로 편지를 보내 『감찰에서 강 피고인과 대질하면서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법원의 증거보전절차를 통해 이미 증거로 채택된 상태』라고 전제,『이번 사건과 관련,법정에 출두해 아물어가는 상처를 되새기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피고인의 변호인단은 『홍양의 진술이 비록 하나의 정황증거에 불과하기는 해도 그 진술내용은 재판부의 심증형성과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반드시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홍양이 계속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에 구인장 발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홍양의 검찰진술이 증거보전돼 있어 이미 그자체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만 검찰조사 과정에서 번복된 부분도 일부 들어있어 증인신문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출석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홍양도 이 사건의 피해자에 해당되기때문에 구인장까지 발부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홍양의 출석여부는 7·8차 공판이후에나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재판의 핵심적인 쟁점인 유서필적의 진위여부를 놓고도 변호인단과 검찰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분석실장 김형영씨(52)는 『정서와 속필의 경우 변화가 다양하기 때문에 대조자료로는 적합치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이 감정을 의뢰한 김기설씨의 편지 3매는 정서와 속필이 모두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있어 정밀감정한 결과 유서의 필적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필적감정 자체가 확률을 근거로 판정되는 것이므로 동일감정이라 하더라도 70% 이상이 같다는 의미에 불과할뿐 1백% 동일인이라는 정확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필적감정은 동일인이 쓴 글씨라도 당시의 심리상태·시간의 경과·필기구에 따른 차이 등 때문에 쉽게 판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홍양의 재소환은 물론 숨진 김씨로부터 분신자살 의도를 처음 들은 것을 확인된 방송통신대생 이지혜양(25) 등 관련자 35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줄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와 국과수 필적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어느정도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재판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만큼 검찰과 변호인단간의 유무죄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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