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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를 잡으려면…/이천표 서울대교수·국제경제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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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를 잡으려면…/이천표 서울대교수·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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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빈국인 우리는 오로지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면서 살아가야 하고,우리가 해외시장에서 다른 나라와 경쟁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수출품의 가격이 경쟁자의 그것보다 더 빨리 올라가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우리경제 임금상승률(17%)은 제조업 제품가격상승률(10%) 보다 높았고,서비스가격상승률(21%)이나 부동산가격상승률(57%)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았다. 이로써 한편으로는 수출경쟁력이 위협받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들의 좌절과 반발도 탓할 수 없게 되었다.부동산가격의 이러한 상승은 상당수의 기업가들로 하여금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드는 본연의 생산활동에 전념하기 보다 부동산관리와 부동산투기에 더 신경쓰게 한다. 그것은 또 부동산투기를 거쳐 떼돈을 번 일부 졸부들의 불성실한 생활과 과소비를 초래하고,뛰는 집값에 좌절당한 많은 서민들로 하여금 근로의욕을 잃고 저축할 동기를 앗긴채 부지불식간에 분수 이상의 소비를 하게한다.

만악의 근원인 부동산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여 연전 이른바 토지공개념위원회를 주축으로 하여 전문가들의 연구가 있었다. 또 토지공개념의 이념하에서 토지거래허가제,토지초과이득세 등 대책도 마련되었다. 이러한 제도와 주택공급증대 노력에 힘입어 부동산가격의 상승추세는 진정되었고 일부 아파트의 가격은 다소 떨어지게도 되었다. 그러나 그런 하락의 정도는 부동산가격상승률이 임금상승률을 상회하는 정도인 40%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이런 대책으로는 일단 높이 오른 부동산가격을 최소한 2∼3년전의 수준으로 되돌리기에도 미흡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부동산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런 대책보다 더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 대안으로서 부동산의 보유에 대해 적절한 부담을 주는 보유세의 방법을 천거한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이나 주거생활을 위해 필요한 정도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투기소득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보유세를 내야 하는 부담때문에 필요 이상의 부분을 자발적으로 내놓게끔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우리나라에서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부담이 시가와 대비한 재산세로 보아 미국 등의 그것의 30분의 1밖에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부동산 보유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는 부동산 보유자가 한번 산 것을 내놓을 이유가 없어져 본래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부동산을 사회전체로 보아 최선이 되는 방도에 계속 사용될 수 있게끔 부동산이용을 소통시키는데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보유세 방법은 현행 제도보다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나 토지국유화 등 급진적 방법보다는 훨씬 온건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법이 실제화되지 않는 것은 소위 신고전파적 정치경제학의 시각을 따를 때,보유세로 현상태를 타파해보려는 세력을 현상태로 이익을 보고 있는 이익집단이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관계의 교착상태를 깨는 방법의 하나로서 부동산투자신탁제도를 도입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로 하여금 일반의 돈을 모아 투자를 하게 한뒤 투자의 과실을 돈을 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된다. 그것은 기왕의 투자신탁과 같으나 투자대상이 증권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데서 다르다.

부동산투자신탁은 다음의 몇가지 변화를 가져와 부동산문제를 신속히 풀게 할 것이다.

우선 부동산투기에 대한 기회균등을 한정적으로나마 보장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약화시킨다. 현재 부동산투자를 하려면 몇천만원 이상이 있어야 하므로 부동산투자는 사실상 부자들만의 노름인데 여기에서는 50만원이나 1백만원 밖에 없는 사람들도 그 범위내에서 투기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부동산투자를 일반화시킨다.

부동산투자에의 전국민의 참여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적어도 초기에는 부동산가격이 크게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실상 부동산문제라는 악성 종양을 곪아 터지게 하는 실질적 효과를 갖는 것으로서,현재의 미온적인 체제에서 계속해서 부동산을 통한 자본이득을 누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게 되고,보다 진정으로 부동산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사회분위기를 바꾸게 된다. 몇사람만이 부동산을 통해 이익을 과점하는 때보다 자본이득의 처분에 대한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할 여유를 갖게하고 부동산 보유세의 누진구조의 이성적 모색도 가능하게 한다.

또 부동산투자신탁의 신탁지분을 나타내는 증권이 자유롭게 거래되게 함으로써 우리사회의 또다른 약점인 금융낙후도 시정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우리 경제의 더 이상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성실한 근로,소명의식을 의식하고 있는 사회지도층의 점잖은 처신 등등이 요구된다. 결코 부동산투기에 사회에너지가 몰입되게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면서 급진혁명적이 아닌 방법으로 부동산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야 하겠는데,이런 목적을 위해 다른 방법들과 더불어 부동산투자신탁은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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