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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총리 승용차 즉석 단독회담/평양 「고위급회담」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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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총리 승용차 즉석 단독회담/평양 「고위급회담」 이모저모

입력
199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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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새 목적지까지 같이 가자”/연 “95년이 통일원년 되도록”/영화촬영소 방문… 인민배우 문예봉등과 환담도제4차 남북 고위급회담은 23일의 공개회의와 함께 본궤도에 들어갔다.

우리측의 정원식 국무총리와 북한측의 연형묵 정무원총리는 회의 시작에 앞서 날씨 등을 화제로 덕담을 나누었으나 정작 회의는 핵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번 회담에 대한 전망은 24일의 비공개 회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1차(공개)회담◁

상오10시10분께 공개로 시작된 1차 회담은 북측 연 총리의 1시간20분간에 걸친 기조연설과 40분간에 걸친 남측 정 총리의 기조연설 모습이 폐쇄회로를 통해 회담장 각 방에 중계되는 가운데 진행.

양측 수석대표는 회담성과에 대해 『양측이 그동안 이견을 보여왔던 회담의제를 하나로 묶기로 합의한 것은 4차 회담의 커다란 성과』라고 평가.

그러나 회담말미에 양측은 북측이 기습제안한 실무대표 접촉문제를 둘러싸고 약 10분간 논란.

북측 연 총리는 정 총리의 기조연설이 끝나자 『오늘 쌍방이 제시한 안을 보니 의제를 단일문건으로 한다는데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오늘 당장 수표를 끊기위해 이 시간이후 실무대표 접촉을 갖자』고 제안.

이어 북측의 안병수대표도 『쌍방이 제시한 세부안건들은 어제 오늘 새롭게 제시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줄곧 토의가 되어온 사안들인 만큼 이번 제4차 고위급회담의 결실을 위해서라도 오늘 오후 당장 실무대표 접촉을 갖는게 좋겠다』고 가세.

이에 대해 정 총리는 『귀측이 제시한 실무대표 접촉제안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귀측이 오늘 제시한 세부제안 내용중에는 종전과 달리 새로운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측 대표들과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것이 올바른 도리일 것』이라며 북측의 제의를 거부.

정 총리가 『실무대표 접촉을 갖는 시기에 대해서는 추후 연락하겠다』고 버티자 북측 연 총리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라며 회담종료를 선포.

▷양측 대표환담◁

양측 수석대표들은 기조연설에 앞서 약 10분간 공해문제와 회담에 임하는 각오 등을 화제로 환담.

연 총리=어젯밤 편안히 쉬셨습니까.

정 총리=북쪽이 너무 신경을 많이 써준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음식도 좋고 좋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밥이 하도좋아 어디쌀로 지었느냐고 물었더니 재령쌀이라고 합디다. 내고향이 바로 그 재령인데 그쪽 쌀이 예전부터 워낙 좋죠. 평양의 첫밤은 싸늘한 밤이었습니다.

연 총리=오늘 아침 통신을 보니 어제 만찬에서 남쪽 총리는 남북교류에 우선을 두었고 북쪽 총리는 본질적인 문제에 우선을 두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 총리=아마 언론계에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겠지요. 그러나 우리도 통일지향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입니다.

연 총리=한마음 한뜻으로 잘해 나갑시다. 강영훈 전 총리는 지난번에 나하고 약속한 것을 어겼습니다. 도중에 내리지 말고 목적지까지 같이 가자고 했는데 도중에 내려버렸습니다. 정 선생은 나하고 한배를 탔으니 끝까지 같은 방향으로 함께 노저어 갑시다.

정 총리=강 전 총리는 그가 갈 목적지까지는 다 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목적지까지 같이 가도록 합시다.

연 총리=3번의 회담이 성과없이 아까운 1년을 허비했습니다. 분열을 반세기나 끌지 맙시다. 95년이 민족통일원년이 되도록 합시다.

정 총리=1·2·3차 회담이 가시적 성과가 없어 마음아프게 생각합니다. 이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회담에 임합시다.

▷양측 대변인 회견◁

우리측의 이동복,북측의 안병수대변인은 1차 회의가 끝난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기조연설의 주요내용을 설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기자회견에서 북측 기자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흡수통합과 핵문제 등에 대해 논쟁성격의 질문을 계속했는데 특히 노동신문의 한 기자는 우리측의 이 대변인과 일문일답식 논쟁을 계속하려고 해 우리측 기자들의 제지를 받기도.

북측의 안 대변인은 고위급회담이 1년 가까이 연기된 것과 관련,『남측이 팀스피리트훈련을 계속하고 보건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궁색하게 답변.

그는 특히 『이번 회담과 비핵지대화 문제를 연계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군사·경제교류 협력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말해 비핵지대화와 회담을 연계시키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

▷실무회담◁

송한호 통일원차관 등 우리측 대표 3명과 백남준 조평통서기국장 등 북측 대표 3명은 이날 하오6시부터 숙소인 백화원초대소 1호각 2층에서 단일 문건의 명칭 및 세부내용에 대한 절충을 시작.

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비공개로 진행된 접촉은 하오7시40분께 저녁 식사를 위해 정회했다가 하오10시께 속개,심야까지 계속.

이에 앞서 우리측 대표단은 1차 회의가 끝난뒤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정 총리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북측이 이날 긴급 제의한 실무접촉 수용여부를 논의.

이날 대책회의서는 남북양측이 고위급회담 의제를 단일화 하기로 합의한 이상 그 구체내용을 협의키 위한 실무대표 접촉을 굳이 4차회담 이후로 미룰 필요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김용환 책임연락관에게 실무대표 접촉시간·장소·구성인원을 북측과 협의토록 지시.

이에따라 양측 책임연락관들은 전화통화를 갖고 이날 하오6시 백화원초대소 2층 소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실무대표 접촉을 가지며 구성인원은 양측 3명씩 모두 6명으로 하고 의제는 단일 문건의 명칭과 문안내용으로 한다는데 합의.

▷촬영소·공연관람◁

1차 회의가 끝난뒤 정원식총리를 비롯한 남측 대표단 일행은 연형묵총리를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이날 하오 평양시내 형제산 구역에 있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방문.

정 총리는 일본거리를 재현해 놓은 세트장에서 마침 「민족의 운명」이란 영화에 출연중인 북한 인민배우 문예봉(여·79)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환담.

6·25전에 월북한 문씨를 소개받은 정 총리가 『아직도 현역이시군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문씨는 정 총리에게 『난 평생 절절한 소원이 하나있다. 내 평생 소원이 남조선동포와 함께 위대한 김일성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통일의 광장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싶다』며 예의 통일론을 개진.

정 총리는 촬영소 관광을 마친뒤 도열해 있던 영화 「꽃파는 처녀」의 주인공 인민배우 홍영희와 김영민,김정화 등과도 악수를 나누고 잠시 환담.

촬영소 관람을 마친 정 총리는 백민소장에게 신라 금관모형을 선물로 전달.

이날 촬영소 관람때는 구내를 이동할때마다 정 총리와 연 총리가 같은 차에 동승,「즉석단독회담」을 갖기도해 눈길.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야외세트장 관람을 마친 정 총리 등 남측 대표단 일행은 이어 만수대 예술극장으로 직행,1시간20분간에 걸쳐 평양예술인들의 합창과 무용을 참관.<평양=이이춘기자>

◎“흡수통일정책 세운적도 없다”/이동복 우리측 대변인 일문일답

­귀측 최고당국자는 통일문제와 관련해 흡수통합 준비를 갖추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 회담에서 남쪽은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흡수통일의 포기로 받아들여도 좋은가.

『포기한다는 말은 무엇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우리에게 흡수통일 정책은 없기 때문에 포기한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남쪽은 남북연합을 기초로 한반도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태우대통령이 흡수통일 준비를 지시한 적도 없다』

­남과 북에는 다른 사상과 제도가 반세기동안 존재,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졌는데도 귀측은 「하나의 제도」 「하나의 정부」를 중심으로 한 통일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먹고 먹히는 방식이 아니냐.

『분단조국의 궁극적 통일상은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다. 귀측 최고당국자도 하나의 체제로 통합하는 문제는 후대에 맡기자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남과 북이 언젠가는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일방이 일방을 먹는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다』

­남쪽 군사고위 당국자가 지난 4월 북한에 선제타격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종구 국방장관 발언은 오보이다』

­(독일 제2TV 방송기자) 회담이 10개월동안 늦어진 이유와 소련사태·유엔 동시가입이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회담이 연기된 것은 북측에 물어보라. 북측은 팀스피리트훈련과 콜레라 발병을 이유로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시켰다』

◎“남북유엔가입 평화에 긍정적”/안병수 북측 대변인 일문일답

­북한측이 첫날 회담에서 「조선반도 비핵지대화 선언」을 최우선적인 긴급의제라고 주장했는데 이 문제를 우선 토의하자는 것인가,아니면 합의까지 도출하자는 것인가.

『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볼 수도 있고 토론할 수도 있다. 이는 남한측이 비핵지대화 문제를 민족의 사활적인 것으로 간주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북한측은 이번에 합의서까지 채택하자는 것이나,그렇지 않다고해서 불가침 및 교류협력선언을 채택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북한측은 기조연설에서 실효성있는 불가침선언이란 표현을 썼는데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담보장치들을 구상하고 있는가.

『불가침선언이 빈말로 돼서는 안된다.

남한측은 구라파식의 신뢰보장 장치를 내세우고 있으나 북한측은 군축을 제안하고 있다.

군사훈련을 제한하고 나아가서 하지 말아야 한다. 군축을 뒤로 미루면 현 정세를 못따라 간다』

­소련과 동구권의 정세변화가 고위급회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세계정세의 변화가 회담준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으나 우리는 항상 조선반도의 통일과 변화를 주체적·자주적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남북 유엔가입은 평화문제에 중요하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주석의 방중과 회담을 연결시킬 까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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