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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긴축」/박영철 경제부차장(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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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긴축」/박영철 경제부차장(기자의 눈)

입력
199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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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 등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죽을 지경이다.지난 하반기부터 긴축기조를 유지해옴에 따라 시중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다가오는 총선을 의식한듯 정치권에서 마저 『기업을 모두 죽일 작정이냐』며 아우성을 치고있다.

이에따라 정부일각에서는 이런저런 편법을 동원해가며 자금을 다시 풀 궁리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기야 무조건 긴축만이 좋은 것은 아니니만큼 경제를 살리기위해 다시 돈을 푸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불과 두어달전 정부가 긴축기조를 택하기로 결정했던 상황보다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는데도 슬그머니 시중자금난을 이유로 뒤로 돌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국민들을 납득시키기가 어려울듯 하다.

국민들은 지난 여름 수출이 계속 죽을 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내수과열로 물가가 급등하는 등 안팎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되자 물가안정과 기업체질 개선이란 두가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긴축기조를 선택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결과 한때 망국의 주범처럼 비난받았던 과소비와 과열경기는 차츰 풀이 죽었는지 모르지만 물가나 기업들의 경영행태는 거의 달라진것이 없다.

실제로 최근 자금난으로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부도를 내고 있는 한편으로 대부분의 재벌기업들은 거의 무제한적인 특혜성 대출을 누려가며서 기술개발 투자보다는 아직도 부동산 매입이나 신문 방송사업 진출 등 문어발 확장 등 구태의연한 경영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정부가 긴축기조를 제고하려 한다면 구차한 설명과 명분보다는 자신의 솔직한 정책의지 변화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긴축 한달여만에 당초 기대했던 효과들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든가,아니면 당초 처방이 잘못된 것이어서 바꿔야 하겠다든가 명확히 밝힌후 떳떳이 정책을 선회해 나가야 할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눈가리고 아옹식의 편법을 꾀하지 말고 모두가 함께 고통을 감내할 것을 국민들에게 간곡히 호소하면서 의연하게 현정책 기조를 밀고나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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