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시민의식 더큰 고통/“찾아준다” 금품요구 예사/수많은 장난전화,또다른 피해실종자녀의 부모들은 실종된 시민의식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사회의 무관심에 절망한 가족들은 불행을 조롱하며 돈을 뜯으려고 폭행까지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에 의해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분노한다.
지난 83년 국교 2학년이던 딸(당시 9세)을 잃은 장모씨(46·사업·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수십차례 신문광고를 냈고 50여만장의 전단을 방방곡곡에 뿌리면서 전국 2백50여개 고아원중 찾지 않은 곳이 한곳도 없을만큼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장씨 가족은 수년동안 감당키힘든 고통을 겪어야했다. 수도없이 걸려오는 무책임한 장난전화는 가족들에게 인간불신만을 키워주었다.
조롱처럼 들리는 정보라도 외면할 수 없었던 부모는 한밤중이나 새벽에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집을 나섰다가 분노와 허탈속에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시달리다 못해 장씨는 실종 4년만인 87년 마침내 딸찾기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집을 옮기고 전화번호도 바꾼 장씨는 그뒤 만나는 사람에게 일절 딸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며 취재기자에게도 더이상 딸과 가족의 이름을 언급하지 말것을 신신당부했다.
장씨는 『딸을 버렸다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나 도저히 그때와 같은 고통을 다시 겪을 용기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89년 10월19일 외아들 광복군(15·신월중 2)을 잃은 모상국씨(45·사업·서울 양천구 신월5동)는 그해 12월초 경기 성남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룸살롱을 운영하는데 광복이를 데리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밤12시 약속장소인 성남시 모다방에서 만난 30대 남자 2명은 대뜸 사례금부터 요구했다.
이들은 『광복이를 찾으면 주겠다』는 모씨를 3시간여 동안 인근 야산으로 끌고다니다 한적한 곳에서 『갖고온 돈을 내놓으라』고 마구 폭행한뒤 동행한 가족들이 쫓아오자 달아났다.
대구 성서국교 개구리잡이 다섯소년의 가족들도 수없이 걸려오는 장난전화,공공연한 금품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딸(22·서울 S여대 4)을 최근에 잃은 오모씨(54·건설업)는 실종자를 찾아준다는 모 사설단체를 찾아갔다가 접수비와 광고 게재비조로 40만원을 뜯겼다.
광고가 게재된 잡지도 당초 말한 「성가높은 월간지」가 아니라 거의 이름없는 격월간지였다.
이들은 또 『동두천에서 제보가 왔다』는 식으로 오씨를 데리고 다니며 수고비조 등으로 1백만원을 받아냈다.
일부 악덕 흥신소도 가족들을 울린다. 접수비로만 70만원을 요구하며 『못 찾더라도 일절 환불받지 않으며 찾으면 80만원을 더 낸다』는 식의 각서를 요구하곤 한다.
가족들은 반신반의하면서 이용당하고 피해를 당하고도 일말의 희망때문에 숨기는 일이 잦다.
실종자가족들은 한결같이 『간절한 염원이 담긴 전단을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구겨넣는 시민들의 무관심 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도와주지 못하겠다면 괴롭히지나 말아달라』고 절규하고 있다.<고태성·송용회기자>고태성·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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