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의 유작소설 「동의보감」이 한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켜 화제를 모았다. 이 소설은 조선조 선조때 어의를 지낸 의학자 허준을 모델로 삼았다. 오로지 의술만으로 신분의 벽을 깨뜨린 파란의 일대기는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가 16년의 연구 끝에 완성한 의서는 조선시대의 의술을 집대성 한 것으로 오늘에 이르러도 평가가 퇴색하지 않는다. ◆소설 동의보감은 명의의 일생이 드러매틱하고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시골의 무명의사을 빈민환자를 지성으로 돌보아 주는 모습이다. 어의가 되려는 꿈은 안고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하러 가던 허준은 도중에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극진한 치료를 베푼 다음,결국 응시도 못하고 귀향한다. 그의 신념은 의술은 사람을 살리는게 목적이지 출세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의 의성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모르고도 굳건히 의도를 지켰다. 의서를 남긴 공적만큼 그가 남긴 시혜의 정신도 위대하다. 그래서 소설 속의 의인은 불덩이 같은 의인으로 감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의학자의 면모와 더불어 서민의 아픔을 나누는 의료의 윤리에 착안한 소설은 그 때문에 히트를 한것같다. ◆시대가 크게 다르다고 이만한 인술의 의지와 윤리성이 바뀔수는 없다. 부산지방의 몇몇 개업의들은 지난 여름 병원을 비워두고 세미나 등의 명목으로 외유를 즐겼다. 차라리 「당분간 휴진」이라는 푯말이라도 내세웠으며 오히려 떳떳했으리라. 그런데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진료를 맡겼다는 것이다. 여행도하고 돈은 계속 벌고,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기 행각이다. ◆의료인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비인부전」 소설에 나오는 한마디이다. 사람이 되지못하면 의술은 전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양심을 저버린 개업의들에게 꼭 들려줄 경고라는 생각이 얼핏 난다. 의사가 의사까지 되라고 바랄수는 없지만 의료의 본분은 잠시라도 잊지말아야 옳지 않겠는가. 의인과 의인이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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