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초·중고 교육과정 개정작업이 분과별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27일 전체 개정시안에 대한 1차 공청회가 있은데 이어 ▲유치원 및 국민학교 교육과정 ▲중학교 교육과정 ▲일반계(인문계)고교 교육과정 ▲실업계고교 교육과정 등 분과별 소위원회가 열려 심도있는 발제와 토론을 거듭하면서 보다나은 교육과정 마련에 지혜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그중에서도 21일 첫번째 소위원회의 토의에 붙여졌다는 실업계고교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 우리는 유별나게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2세들의 교육에 관한한 어느분야인들 다 중요하지 않을까마는 실업계고교 교육이야말로 교육과정 개정이 아닌 「일대개혁」을 해야한다고까지 우리는 그 비중에 무게를 두고 싶다. 그 이유는 「우리교육 43년사」의 「잘못된 시작」을 바로잡는 계기와 출발점을 실업계고교 교육의 내실에서 다시 잡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무턱대고 모방한 미국식의 고학력 개방고교 교육체제에서 유럽식 제한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실업계고교 교육개혁에서부터 찾아봐야하지 않겠느냐는 문제의 제기인 것이다.
우리교육법 104조와 105조에는 실고교육의 목표를 종국교육 즉 취업을 위한 마지막 교육과정이라고 분명히 명시해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대학에 진학하기에는 가정의 경제사정이 어렵다거나 학교성적이 모자라는 학생들이 「할수없어」 가는 학교가 돼 버렸다. 정부의 교육정책이나 의지 또한 이같은 고학력 풍조에 편승해 고교의 인문대 실업의 비율을 68.4대 31.6이라는 비정상을 만들어 놓았다.
실고 졸업생의 50% 가까이가 취업의 길이 아닌 진학의 길 즉 대학진학을 시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교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가겠다고 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기현상이 일어나게 된지 오래다. 이는 비정상적인 고학력 풍조를 고치는 것이 우리교육의 당면 최대목표의 하나다.
그것을 고치려고 한다면 우선 실고 교육에 대한 개혁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서가 될것이라고 우리는 본다.
실고 교육과정 개편의 방향은 다기다양해진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기초 기능인력의 공급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계열과 학과를 다양화,세분화해야 하는 것은 더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실업계고교야말로 능력과 적성이 고교교육을 끝으로 취업전선에 나가는 것이 합당한 보통시민을 위한 교육을 할수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진학과 취업중 어느것도 겨낭한 것이 아닌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교육을 더이상 하게해선 안된다. 당장 사회에 나가 써먹을 수 있는 생활수단을 익혀주어야 하는 교육기관이 될수있게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 관련된 각계의 지혜를 모으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불가결하다. 내실있는 실고 교육이 될수 있도록 실험실습기자재 확보에 과감하게 투자할 각오를 정책당국이 하지않고 교과과정 개정에만 그친다면 실고 교육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하다. 실고 교육개혁을 이번에 실패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