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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노래·무용…화기속 만찬/평양 「고위급회담」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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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노래·무용…화기속 만찬/평양 「고위급회담」 이모저모

입력
199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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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고향 사리원 지날때 “감회”/“연내 서울 오십시오”에 연 “가야죠”/북측인사 “공산주의 몰락 남 언론 어떻게 취급하나” 관심도10개월만에 재개된 남북 고위급회담은 쾌청한 가을날씨처럼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북한측은 우리측대표단의 판문점 통과시에 신분확인절차를 생략했고 남북 양측인사들은 서로가 낯익은 얼굴이 되어 인사를 주고 받기에 바빴다.

남북을 오가며 네번째를 맞은 고위급회담은 교류와 내왕이 회를 거듭할수록 서로를 이해하게되고 이는 곧바로 남북문제 해결의 관건인 신뢰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것 같았다.

▷만찬장◁

우리측 대표단은 이날 하오7시부터 연형묵 북한 정무원총리가 목란관 대연회장에서 베푼 만찬에 참석한 뒤 평양에서의 첫날밤.

이날의 만찬장인 목란관 대연회장은 4백여평의 홀에 헤드테이블과 16개의 원탁테이블이 마련된 대규모.

한 테이블에 15명씩 모두 2백55명이 참석한 만찬에 북측에선 회담대표단과 취재기자,연예·문화계인사 등 각계각층이 두루 참석해 우리측 대표단과 고위급회담 전망,남북교류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교환.

만찬에 참석한 통일신보의 공창식 논설위원은 군축문제와 관련,『북한이 군사비에 많은 투자를 하다보니 인민의 생활이 어렵게 됐다』며 『군비를 축소하면 남북한 모두 잘 살수 있게 될것』이라고 말하고 정치·군사문제 우선해결을 주장.

북한측 참석자들은 또 소련·동구권국가에서의 공산주의 붕괴사태를 남한언론에서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뒤 「흡수통일론」에 경계심을 갖는듯한 눈치.

만찬은 시작된지 약 1시간반쯤 지난 하오8시25분께 13인조로 구성된 「왕재산 경음악단」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점차 고조.

이들 경음악단의 반주에 맞춰 양산도 고향의 봄 등 노래와 탈춤,빠른 템포의 무용 등이 어우러졌으며 남북 양측 참석자들은 박수로 이들을 격려.

특히 여성 8인조 무용인 「꽃피는 봄」 공연때는 출연자들의 무릎위부분이 여러차례 노출되기도.

약 35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정 총리와 연 총리는 함께 무대위로 올라가 공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으며 정 총리는 악단지휘자에게 선글라스를 선물.

▷백화원초대소◁

낮12시55분쯤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한 정 총리 일행은 초대소 로비에서 연형묵 북한 정무원총리의 영접을 받고 로비 뒤편에 있는 금강산 그림을 배경으로 남북 양측 대표들이 기념촬영.

이어 양측 대표단들은 『미국 가셨다 언제 오셨냐』고 말문을 연후 『고향인 재령과 소학교를 다니던 사리원을 지날때는 기차가 잠시 멎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고 토로.

연 총리가 취재중인 기자들을 의식,『이번에는 북남뿐만 아니라 일본기자들도 많이 왔다』고 하자,정 총리는 『일본뿐 아니라 국제적 관심도 큰만큼 이번에는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자』고 다짐. 이에 연 총리는 『합시다』라고 응답.

연 총리는 이어 강영훈 전 총리의 안부를 물었으며 정 총리 역시 강 전총리의 인사말을 전달.

정 총리가 『금년내에 서울에 오셔야죠』라며 5차 회담을 의식한 말을 건네자 연 총리는 『가야죠』라고 응답.

▷회담장 답사◁

우리측 대표단이 숙소에서 간단한 전략회의를 하는동안 북측의 최봉춘 책임연락관은 김용환 책임연락관 등 우리측 수행원과 기자들에게 본회담장인 인민문화궁전을 안내.

우리측은 지난해 2차 평양회담때 사용한 본회담장을 둘러본뒤 2층에 별도로 마련된 남북 양측 기자실에 들러 전화상태를 점검.

남측 기자실에는 본회담 모니터용 TV 1대와 서울 직통전화,숙소와의 전용전화 각 1대씩이 설치돼 있고 방송기자들을 위해 음성녹음장치도 2대가 마련돼 있었다.

▷개성­평양열차◁

상오9시 개성역에 도착한 우리측 대표단일행은 침대칸 16량으로 편성된 특별열차에 승탑.

열차안에서 정 총리는 북측의 안병수 조평통 부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건강문제와 날씨를 화제로 담소.

정 총리가 백남준 북측대표에게 『지난 1차 서울회담때 차량사고로 다친 허리가 괜찮으냐』고 묻자 백 대표는 『아직도 거동이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역사적 선물이 아니겠느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

양측 대표들의 환담이 끝난뒤 정 총리는 북한의 중앙통신 노동신문 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약 5분간 차내회견.

대표단 일행을 태운 특별열차는 상오9시 정각 개성역을 출발,도중에 한곳도 정차하지 않은채 3시간30분간을 달려 평양역에 도착.

열차안에서 북측 기자들과 안내원들은 한결같이 『이번 4차 회담에서는 성과가 있어야겠는데 남측에서 불가침선언을 수용할 태세가 돼있느냐』며 관심을 표명.

특히 북측기자들은 『남쪽의 차기대권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를 집중적으로 물으면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과 이종찬·박철언의원의 이름을 거명.

○…정 총리는 열차가 그의 고향인 사리원 가까이에 이르자 『고향집을 지난 46년에 떠났으니 45년만에 고향땅을 찾게되는 셈』이라며 감회에 젖는 모습.

정 총리는 상오11시20분께 열차가 사리원역을 통과하자 자신이 소년시절 자주 오르던 산(경암산)을 가리키며 한참동안 응시.

정 총리는 또 자신의 고향집 주소가 사리원시 서리 153번지라고 소개한뒤 『울창하던 숲도 없어지고 사과나무도 사라져 옛집이 있던 쪽을 찾을 수 없다』며 손으로 사리원 시가지를 가리키기도.

▷판문점 통과◁

정원식 국무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 7명은 22일 상오8시30분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통과,북으로 향했다.

북한측의 벤츠승용차에 분승해 판문점내 군사분계선을 넘은 우리측대표단 일행은 상오8시25분 북측지역 통일각에 도착,미리 대기하고 있던 북측대표단의 영접을 받고 인사.

북측 대표단의 안내로 통일각내 회의실에 들어선 정 총리는 『내 개인적으로는 45년만에 고향땅을 밟게돼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설렘을 느낀다』며 『이해가 가시겠지요』라고 감회어린 소감을 피력하자 안 부위원장은 『그렇겠지요』라고 동감을 표시.

정 총리는 『이번 회담이 10개월만에 열리고 나를 포함해 우리측 대표단이 대폭 바뀌었을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하는 등 주변정세가 많이 바뀐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꼭 결실이 있어야겠다』고 강조.

한편 우리측 수행원 33명과 기자단 50명은 정 총리 등 회담대표단의 입북에 앞서 8시16분쯤 평화의 집을 나와 도보로 중감위 회의실을 거쳐 5분만에 입북절차를 완료.

북측 관계관들은 신분확인 절차를 위해 수행원 기자단의 명단과 사진첩을 준비해 왔으나 이미 세차례나 이같은 「통과의례」를 치른 탓인지 신분확인절차를 완전히 생략한채 『그냥 가시죠』 『들어가세요』 등의 인사말로 대신.<평양=이이춘기자>

◎정원식총리 만찬답사 요지

우리는 지난 세차례의 회담에서 개진된 서로의 입장과 견해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평양에 온것이 아닙니다. 밤을 지새워서라도 회담의 결실을 이끌어내 분단의 비극이 우리세대에서 다른 세대로,이 세기에서 새로운 세기로 이어지는 민족적 불행을 기필코 막아야겠다는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여기에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앞날을 밝게 해준 것은 지난달 남과 북이 함께 유엔에 가입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확고히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간에 상호존중과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한 실효성있는 불가침에 합의하고 현재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은 또한 무력대치 상태를 해소하고 평화를 제도화하는 이같은 노력과 함께 민족의 번영과 통일을 지향하는 동반자가 되어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활성화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다른나라로부터 수입해오던 물자를 북쪽에서 들여올 경우 당장 10억달러에 이르는 교역이 가능할 것입니다.

남북간에 서로 필요로 하는 물자를 직접 거래하고,상호 경쟁력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합작투자를 해 나간다면 민족전체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최근 북쪽에서도 경제개방에 관심을 갖고 두만강 하구의 경제특구 개발과 관광자원의 개발을 모색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하며 이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조국통일은 남과 북 어느쪽이 이기고 지는 이른바 흡수통일이 아니라 남과 북이 다함께 이기는 민주통일·평화통일입니다.

◎연형묵총리 만찬사 요지

우리는 지난해 가까우면서도 멀기만하던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자주 만나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좋은 방도를 함께 찾아보자고 약속했습니다.

우리 겨레는 예로부터 한 강토위에서 하나의 핏줄을 이어오며 살아온 단일 민족으로서 서로 만난것 자체가 감격스런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이번 만남은 서로의 불신과 오해를 가시고 이해를 두텁게하며 상대방의 현실을 바로잡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직접 보고 느끼겠지만 우리인민들은 조국통일을 지상의 과제로 내세우고 그 실현을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이면서 다리를 하나 놓아도 이름을 통일다리로 짓고 새 주택거리를 건설해도 그 이름을 통일거리로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조국통일 운동은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되돌려 세울 수 없는 전민족적인 대행진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은 조국통일의 평화적 전계를 마련해야할 사명을 지니고 있는 쌍방대표들에게 새로운 각성을 촉구하며 그 어느때 보다도 회담을 빨리 진전시켜 좋은 결실을 거둘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대표들은 발걸음을 다그쳐 회담을 전진시키고 좋은 합의서를 만들어 냄으로써 민족앞에 훌륭한 선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정 총리를 비롯한 남측 대표단 여러분들이 우리와 손잡고 호상이해와 신뢰의 분위기속에 회담을 결실있고 성공적으로 만드는데 힘을 합쳐주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언론들 “남서 대화분위기 흐려”/“교류 우선론은 비현실적” 강변(평양 뉴스)

○…북한은 22일 제4차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가할 우리측 대표단의 평양도착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

북한의 중앙방송은 이날 하오2시 뉴스를 통해 우리측 대표단이 열차편으로 12시30분 평양에 도착했으며,북한총리 연형묵이 숙소인 백화원서 우리 대표단을 맞이했다고만 전했다.

중앙방송은 이보다 앞서 정오 뉴스에서 우리측 대표단이 수행원·기자들과 함께 상오8시30분 판문점을 통과,북측지역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22일 제4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긍정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회담의 성패여부는 한국측의 대화자세에 달려있다고 주장.

내외통신에 의하면 북한은 이날 당기관지 노동신문에 이번 회담과 관련한 논평을 싣고 『이제 쌍방간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본질문제를 논의해야지 부차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아무런 의의가 없다』고 강조하며 불가침선언 채택을 거듭 강조.

이 신문은 이어 ▲핵안전협정 서명문제 ▲방북인사 석방 ▲전대협 대표로 입북한 두 대학생 구속방침 ▲건대생 방북불허 등을 거론,한국측이 대화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강변. 이 신문은 또 『평화통일을 위한 실질적 합의 도출여부도 북측 태도에 달려있다』며 지금까지의 3차례 회담이 결실을 거두지못한 책임을 한국측에 전가.

○…이에앞서 북한은 21일 중앙방송 논설을 통해 『북측의 교류우선론은 한반도 실정에 비춰 전혀 현실성이 없으며 불가침선언 채택만이 남북한 불신해소와 평화통일을 이룩하는데 가장 절실한 문제』라며 『이 선언채택을 반대하는 것은 곧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억지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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