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상 장애인부부등 수십건 희망 줄이어/대인공포증세 심각… 적응기간 갖기로학대받던 곡예소녀 심주희양(11)이 21일 새 보금자리를 찾아 열흘동안 정들었던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떠난다.
지난 12일 심동선씨 부부 검거 이후 주희양을 보호해온 남대문경찰서는 20일 천주교단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복지단체인 「가톨릭 사회복지회」(원장 조동원신부·40)에 입양키로 최종 결정하고 21일 상오 인계키로 했다.
경찰은 그동안 주희양의 처리문제를 놓고 고심해오다 현재 주희양의 정신적·육체적 상태를 고려한끝에 입양가정보다는 시설과 교육능력 등이 우수한 이곳에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경찰은 당초 친부모에 인게하는 안과 입양을 희망하는 가정에 보낼것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주희양의 희미한 기억만으로 친부모를 찾기가 불가능하고 주희양이 극도의 대인공포증 등을 갖고 있어 입양가족이나 주희양 모두 상당기간 적응키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17일 서울대병원에 의뢰한 주희양 건강진단 결과,『심한 학대를 받아 공격적이고 대인기피증과 불신감을 갖고 있어 헌신적인 사랑과 정상교육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 선정기준이 됐다.
남대문경찰서 김경부 형사과장은 『주희양 사건이 처음 접수됐을때 우리사회 전체 어른에 대해 심한 절망감을 느꼈으나 이제는 오히려 더 큰 희망과 신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사건이 보도된 뒤 남대문경찰서에는 수십건의 입양희망 신청이 쇄도했다.
김 과장은 『이들중에는 여유있는 가정이 많았으나 어렵고 힘든 사람들도 있어 너무도 고마웠다』며 『그동안 따뜻한 이웃사랑을 보여준 시민모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에는 장애인 김모씨(38·행상) 부부가 『우리가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고 찾아오기도 했었다.
남대문경찰서 형사들은 『그동안 우리경찰서의 마스코트가 됐던 주희가 떠난다니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에 후련하면서도 섭섭하다』고 말했다.
주희양은 외부인에 대해서는 몸을 움츠리면서도 형사들에게는 너 나 할것없이 잘 따랐다. 최동선 형사계장을 아예 『큰아빠』라 불렀고 특별히 정을 쏟아준 임만규경사(38),김영선순경(29)을 『젊은 아빠』로 불렀다.
형사들은 돌아가며 주희양을 집으로 데리고가 재웠고 아침에 함께 출근했다. 오랜 시달림으로 부지런함이 몸에 밴 주희양은 형사계 책상사이와 계장실,과장실을 뛰어다니며 웃고 떠들다가도 문득 빗자루를 들어 하루에도 몇차례씩 청소를 했다.
형사들은 앞을 다투어 주희에게 과자를 사주며 귀여워했으나 아무도 장난으로라도 주희에게 재주를 보여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과거의 상처를 건드릴까 조심스러웠던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말투와 약삭빠르게 보이는 행동이 눈에 거슬리기도 했으나 『너무 오래 공포에 떨며 살아 그럴 것』이라고 이해하니 한층 가여웠다.
주희양의 입양기관이 결정된뒤 이날 형사들은 주머니를 털어 주희에게 검은색 투피스와 예쁜 시계를 사주었다. 아직 입양사실을 모른채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는 주희양을 보며 형사들은 다시는 이러한 엉뚱한 아버지 노릇을 하게되지 않기를 바랐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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