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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돌보는 이/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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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돌보는 이/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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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사람 한명이 결혼한지 13년만에 딸을 얻었다. 뒤늦은 초산이라 주위사람의 걱정도 많았다. 역시 한동안 병원신세를 졌지만 다행히 딸아기는 건강해 산모보다 앞서 퇴원했다.아기가 없던 집인데다 산모가 입원중이라 할 수 없이 「산모 돌보는 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옛날 같으면 친청어머니들이 대부분 딸과 아기의 뒷바라지를 해주었으나 그럴 처지도 안돼 대리 친청어머니의 도움을 청하기로 한것이다.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같은 분들을 교육시켜 파견하는 사회단체에 전화하니 3∼4개월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한 배려로 도움을 받게됐다.

약속한 날에 50이 갓넘은 부지런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소개가 끝나고 아기방에 들어간 아주머니는 온도계를 챙기더니 방안이 더우니 23정도로 난방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그런후 ▲아기방은 자신과 아기가 사용할테니 산모는 퇴원해도 딴방에서 편안히 조리 하도록 할 것 ▲분유는 딴후 오래되면 상하니 회전이 빠르도록 가능한한 통이 작은 것을 살 것 ▲분유를 타먹일 보리차물은 젖병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홍차처럼 종이주머니에 들어있는 보리차로 끓일 것 ▲기응환을 준비할 것 등을 아주 명쾌하게 지시했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명쾌한 만큼이나 정말 아기 키우는데도 도사였다. 분유타는 것,기저귀 갈아주는 것,목욕시키는 것,아기 기분맞추는 것 등이 리드미컬하게 손끝에서 녹아났다.

아주머니의 도움과 퇴원한 산모의 사랑속에 아기는 무럭무럭 자랐다. 집식구들이 아기에게 매달리듯 하자 어느날 아주머니는 『세상 참 알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신생아를 따라 이집저집을 전전하는 그의 눈에는 세태가 그대로 비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산모도,친정어머니도,부자도 가지가지다. 어떤 산모는 아기를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산후조리한다고 친정으로 가버린다. 가끔 전화만 온다. 『아기보고 싶지 않으냐』고 물으면 보고 싶다고 하지만 목소리엔 그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몸조리가 끝나면 앞으로 아기때문에 여행도 못할것라며 부부가 훌쩍 여행을 떠나버린다.

친정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옛날 친정어머니들은 아이는 모유로 엄마의 심장고동소리를 듣도록 산모가 안아서 키워야 한다고 권했다. 요즘 일부 친정어머니들은 아기를 두고 조리한다고 친정으로 오는 딸을 나무라지도 않고 또 뒷바라지 해줄 생각도 않는다. 오히려 『고생할 것이 뭐 있느냐』며 산모 돌보는 이를 부르도록 권한다.

이같은 세태변화는 우리의 끈끈한 정과 전통 즉 뼈대가 흔들리는 데 그 원인이 있다는 풀이다. 부자들의 사람대우도 이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나름대로의 분석도 했다.

일정한 약속기간동안 산모와 아기의 돌봄을 마치고 떠나는 경우 신흥부자들이 많이 사는 영동과 그리고 목동아파트 등은 봉사료(상오9시∼하오8시·초산 1만7천원·둘째 1만9천원·24시간 근무 2만3천∼2만5천원)도 사람예우도 아주 정확하다. 계산대로다. 이에 비해 옛부자들이 많은 성북동 등은 계산도 후하고 예우도 그윽하다. 동료들끼리 성북동으로 배정되면 『좋은 꿈 꾸었나 보다』고 축하해준다.

자녀들을 곡예에게 판 부모,양녀를 굶기며 곡예를 가르쳐 배불린 양부 등이 연이어 구속됐다. 부모도 여러가지다. 「산모 돌보는이」의 눈에 비친 것처럼 끈끈한 정과 따뜻한 부모의 가슴을 잃어가는 사회가 만들어낸 「몬도가네」인지 모른다. 사회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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