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부슬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만추의 파리 에펠탑 부근의 한국문화원에서 뜻깊은 한 미술전시회가 막을 열었다.수천 재불동포들의 숙원인 「파리 한글학교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44인의 재불작가전이 열린 것이다. 팔순의 원로에서 30대의 신인까지 망라한 화가들의 정성을,3백여명의 동포들이 함께 모여 떡과 전을 나누어들며 축하했다.
「내집마련을 위한 파리의 열망」이 결집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미 작년 5월에도 백건우(피아노) 강동석(바이올린) 양씨의 자선연주회가 역시 같은 목적으로 1천여명의 교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약 13만 프랑의 공연수익금 전액을 파리 한글학교 육성회에 기부한바 있었다.
지금까지의 한글학교는 프랑스 가톨릭수녀원이 운영하는 프랑스 중고교의 교사를 빌려 수요일만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어린이들이 주눅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를 모를리 없는 재불화가 44명이 한글학교 육성회에 작품들을 혼쾌히 기증,약 4억∼5억원으로 잡고 있는 판매금 전액을 한글학교 건립에 쓰도록 한것이다. 1주일간의 파리전시후 작품은 KAL 편으로 무료공수돼 12월 서울서 전시된다.
이날 전시장에는 때마침 유네스코 총회에 참석중인 조규향 교육부차관과 김일동의원도 나왔다.
모든면에서 앞서가는 일본은 물론 아랍권도 자체 학교를 갖고 있다. 국내에 콩나물 교실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한글학교를 마련해달라는 파리교민의 요구를 배부른 소리라고 일축할지 모른다. 그러나 날로 늘어가는 교민자녀들이 한글보다 외국어를 먼저 배워야 하는 현실 또한 다급한 일이다.
나라의 재정사정으로 보아 손벌린다고 선뜻 줄일은 아니기 때문에 파리교민들이 먼저 발벗고 나선 것이지만 모든 것을 재정의 결핍만으로 돌릴 수도 없다.
『한글교육을 통해 민족정신을 대물림한다』거나 『나 자신을 위해 살지않고 다음 세대를 위해살뿐』이란 말이 정녕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교민들의 자조에 대한 정부의 상응하는 성의표시가 당연히 그리고 신속히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글학교 건물 마련을 위한 정부의 투자는 한국교육의 국제화를 위한 유럽의 교두보가 된다는 점에서 결코 예산타령만할 사안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즐거워야할 날에 전시장을 나오는 기자의 마음은 착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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