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거성관 나이트클럽 방화범 김정수씨(29)의 소행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우리 사회도 일종의 공범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김씨는 경북 금릉군 부항면 두산리에서 홀어머니 송순덕씨(65)와 단둘이 가난하게 살아왔다.
결혼 적령기에 들면서 수십차례 선을 보았으나 결혼에 이르지 못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가 되겠다는 처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결혼에 성공했으나 행복한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부인의 정신병 증세로 한달여만에 이혼하면서 농촌청년의 소외감은 더욱 짙어졌다.
김씨의 삶의 의지는 태풍 글래디스로인해 한층 나약해졌다.
지난해 영농 후계자로 선정돼 1천1백만원의 영농자금을 지원받아 논을 구입,정성을 다해 벼농사를 지었으나 글래디스가 벼와 함께 꿈까지 앗아가 버렸다.
절망감에 빠진 마음을 술로 잊기위해 몇차례 대구를 찾았다. 그러나 술에서 깰때마다 화려한 대규모 모습과 농촌현실이 대비되면서 비뚤어진 마음만 커졌다.
김씨는 사건당일도 2차로 거성관을 찾았다가 입장을 거절당하자 『왠지 모르는 분노때문에 앞뒤를 가릴 수 없었다』고 별다른 죄의식이 없는 듯이 진술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촌놈」이란 단어가 상징하는 농촌과 도시의 괴리,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농촌청년의 현주소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인명 경시풍조의 일단도 이 사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성범죄를 저지른뒤 살인하거나 몇푼의 금품을 노리고 인명을 빼앗은 이 사회의 잔혹한 현실이 김씨의 평소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또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 요즈음 일부 젊은이들의 의식체계도 김씨에게 유입된듯하다.
아무리 사회에 대한 평소 반발삼이 겹쳤다 하더라도 김씨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가 없다.
거성관 방화사건은 상대편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려 않고 자기 이익만을 챙기며 쉽게 흥분하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요즘의 한 세태의 단면을 담고 있다 하겠다.<대구>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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