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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 1년 홍민혜양 부모 피맺힌 1년여(「인간증발」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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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 1년 홍민혜양 부모 피맺힌 1년여(「인간증발」 막자)

입력
199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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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자식” 무관심 더 고통/유흥가선 신변위협도… 성의있는 제보 한건도 없어/작년 추석 송편빚다 친구전화/운동복에 슬리퍼 “마지막 모습”자식잃은 부모의 고통을 세상은 싸늘하게 외면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외동딸을 찾으러 홍재정씨(47·부동산중개업·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308의21) 부부가 1년여 동안 헤매면서 확인한 것은 세상사람들의 철저한 무관심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고 다니며 전단 수만장을 뿌리고 방송에까지 나가 눈물로 호소했으나 지금껏 단 한통 성의있는 제보전화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전단을 받아든 사람들은 귀찮은 표정으로 몇걸음 안가 휴지통에 구겨넣기 일쑤였다. 특히 유흥가를 뒤질 때에는 협조는 고사하고 적대감섞인 반응으로 신변위협까지 감수해야 했다.

홍씨는 『내자식이 아니므로 상관없다는 개인주의,가족이기주의야말로 이같은 불행이 반복되는 근본원인』이라며 『제발 내아이를 찾는 심정으로 주변을 한번씩 보아달라』고 호소한다.

홍씨는 지난해 추석을 하루앞둔 10월2일 딸 민혜(16·서울 영란여상 1)를 잃었다.

어머니 김영자씨(44)와 마주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송편을 빚고있던 민혜는 하오2시께 전화를 받았다. 친구가 잠깐 만나자고 전화왔는데 금세 돌아오겠다며 입고있던 검정색 트레이닝복 상하의차림 그대로 현관에 있던 어머니의 흰색슬리퍼를 끌고 나간 것이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운 어머니 김씨는 딸의 친구들 5∼6명 모두에게 수소문 했으나 아무도 전날 민혜를 본 사람은 없었다. 추석 차례를 지내러 대전 형님집에 내려갔던 아버지 홍씨가 성묘도 포기한채 사색이 돼 뛰쳐올라와 관할 청량리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은 민혜양 집과 학교주변,구역내 유흥가를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폈으나 끝내 목격자 한명 확보하지 못한채 수사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력에 기대를 걸수 없게된 홍씨 부부는 직접 맨발로 딸을 찾으러 나섰다.

어머니 김씨는 각종 사회단체,언론기관을 찾아다니며 호소하는 일을 맡았고 홍씨는 서울시내 지도를 펴놓고 그날그날 탐문구역을 정해 샅샅이 뒤져가는 일을 했다. 유흥가는 물론이거니와 주택가,지하철역,야산등 홍씨의 발걸음이 닿지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헤맸으나 희미한 꼬투리조차 잡히지 않았다.

가장 힘든 것은 유흥가를 뒤지는 일이었다. 유흥가 여성들의 화장이 너무 짙어 얼굴 확인조차 쉽지않았고 섣불리 딸애의 사진을 꺼내보이면 화를 내며 내쫓기 일쑤였다. 뒤미처 달려온 업소종업원이나 불량배에게 『죽고 싶으냐』고 멱살을 잡혀 곤욕을 치르기는 다반사였다.

피가 마르는 5개월이 지난뒤 지난 2월14일 고대하던 제보전화가 왔다. 개인택시 운전사라고 밝힌 제보자는 『택시에 붙인 사진을 본 승객이 강원 주문진 스타다방에서 봤다더라』라고 전했다. 당장 딸을 찾은 것처럼 기뻐 잠을 설친 부부는 다음날인 설날 새벽 첫차를 타고 주문진으로 달렸다. 12시간만에 주문진에 도착했을때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그러나 주문진 어디에도 그런 이름의 다방은 있지않았다. 하루 낮밤을 꼬박새워 탈진할대로 탈진한 부부는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새벽 아무도 없는 주문진부두에서 목놓아 울었다.

『어느 부모든 제자식 사랑스럽지 않을까만 민혜는 정말로 착하고 예쁜 딸이었습니다』라며 어머니 김씨는 『도대체 전화한 친구가 누군지라도 알수있다면 어떻게 해볼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날씨가 또 차가워지면서 더 가슴이 미어지는 김씨는 『민혜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내목숨을 당장 바꾸어도 좋다』며 또 울었다.<서사봉기자>

◎“가출은 「수렁」에 빠지는 첫발”/부산역 봉사센터 황영숙소장/“부모 강압은 반발악순환 불러”/「탈선길목」 파수꾼 19년… 월 2백명 상담/“애정으로 설득해 귀가시킬땐 벅찬기쁨”

부산의 관문 부산역에 첫발을 디딘 외지인들은 한번쯤 역광장에 있는 부산시 종합봉사센터의 신세를 지게 마련이다.

다른 도시의 경우 역광장에 관광공사의 관광안내센터가 자리잡고 있는게 보통이지만 부산시는 이미 65년에 종합봉사센터를 설치,안내행정을 펴고 있다.

72년부터 19년째 종합봉사센터 소장을 맡고있는 황영숙씨(54·여·별정직 6급)는 직원 5명과 함께 가출청소년 보호·인도,부녀자 상담,관광지리 안내로부터 돈없는 사람 열차표 끊어주기 등 다양한 일을 해내고 있다.

24시간 3교대제인 봉사센터를 찾는 관광객만도 하루 1백명을 넘고 한달평균 2백여명의 가출 청소년과 상담해 50명 정도를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황씨는 역주변을 배회하다 자신의 노력으로 집에 돌아간 가출청소년이 1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황씨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인간증발에 대해 『청소년의 가출을 예방하면 절반은 해결 될 문제』라고 말한다.

부산역광장은 가출청소년들이 반드시 지나치는 길목이다. 부산청소년들은 더큰 도시를 동경하며 서울행 열차를 타고 서울 청소년들은 바다가 있는 도시를 찾아 부산으로 온다.

가출청소년들이 발견되면 황씨는 사무실로 데려와 직원들과 함께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당장 돌아가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20평 사무실에 딸린 4평 규모의 숙직실에 재운다.

부산역광장과 동부·서부 버스터미널,용두산공원에 설치된 봉사센터의 총책임자인 황씨는 수시로 이들 4곳을 순회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용두산공원에서 모자를 쓴 여중생 4명을 발견하고 이상히 여겨 알아보니 모두 가출소녀들이었다. 공부도 하지 않고 말썽을 부린다며 부모가 삭발을 해버리자 모자를 쓰고 집을 뛰쳐나온 것이었다.

이들을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낸 황씨는 『말썽을 피운다고 벌만주면 아이들은 집을 나가고 만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잘 모르는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황씨는 『부모가 백방으로 찾아도 못찾아낸 아이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직전에 부모에게 돌려보낼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본다』고 말했다.

다만 갈수록 부모들이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없이 아이만 데리고 돌아가는 일이 많아진 세태가 섭섭할 뿐이라고 한다.

외국인관광객들은 부산역에 내리면 제일먼저 들러 무료로 나눠 주는 부산지도를 한장씩 받아들고 황씨의 꼼꼼한 설명을 듣는다.

부산지리를 손금보듯 하고 부산사투리까지 쓰지만 황씨가 부산토박이나 아니라 외지인이라는 사실은 동료들도 잘 모른다.

14세때인 51년 황해도 해주에서 부모를 따라 서울로 피란온 황씨는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마친뒤 69년 회사원이던 남편을 따라 부산에 와 정착했다.

맞벌이를 위해 시청 부녀복지과 공무원으로 투신한 황씨는 72년에 남편과 사별한뒤에도 부산에 눌러앉아 2남1녀를 대학까지 마치게 했다.

국토를 종단,부산에 뿌리를 내리고 「가출의 길목」을 지키는 황씨는 부모의 따뜻한 애정만이 가출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부산=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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