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드는 선거,깨끗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정부당국 정치인은 말할것도 없고 지식인이나 일반유권자들도 마찬가지로 선거때만 되면 깨끗한 정치를 고창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전에 들어가고 나면 진흙탕 싸움판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깨끗한 선거는 언제나 구호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내년에 있을 4개의 선거를 앞두고 노태우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깨끗한 정치와 돈 안드는 선거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관리 당국도 돈 쓰는 선심공세를 단속하겠다고 벌써부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막상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과연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에 대한 의지가 어느정도 확고한지 의심스럽다. 지금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선거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생각은 않고 여야가 모두 자기의 잇속을 챙기는데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다수의석의 안정적 확보에 혈안이 되어있고 야당은 합법적 자금조달에 관심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민자당은 3당합당으로 폭증한 당내의 정치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선거구수를 늘리는데 몰두해있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5공인사들의 반격에 대비한 성벽을 쌓는데 골몰하고 있는 눈치이다. 지난번 13대 총선때 공천에서 탈락한 12대의원들이 이번에도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 대거 출마할 뜻을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어떻게하면 정치자금을 양성적으로 많이 조달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방안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전국구 의원으로부터 받는 헌금을 양성화하자는 주장이나 특별당비를 양성화하자는 것도 그렇고 국고보조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당에 비해 자금조달 사정이 매우 열악한 야당의 입장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먼저 강구한다면 자금조달에 신경을 덜 써도 될것 아닌가.
정치자금의 양성화는 깨끗한 정치의 구현에 기여하는 바가 크겠지만 자금조달에 너무 욕심을 부리면 「돈을 쓰겠다」는 뜻으로도 비칠 수 있는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여야가 지금 입법과정에서 돈안드는 선거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으면 내년 선거도 보나마나 진흙탕싸움이 될게 뻔하다.
「깨끗한 선거」는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헛된 구호에 그치고 말것이라는 것이다.
선거비용을 실질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도 못한채 공천과정에서도 「돈 많은」 사람들을 선택해서 내보낼 경우 선거판은 더욱 엉망이 되고 말것이다. 지난번 시도의원 선거당시 각 정당이 후보에 대한 자금지원의 부담을 덜기위해 돈 많은 사람들을 공천한 결과가 사상 최악의 타락선거를 가져왔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돈은 있는 사람이나 쓰지 없는 사람은 쓰고 싶어도 못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을 적게 쓰려면 선거횟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그런 취지에서 민주당이 제의한 3개 선거의 동시 실시를 정부여당에서도 적극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투개표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이유가 안된다. 한꺼번에 수십개의 선거를 치르는 나라도 있다. 여러번의 선거를 따로따로 치르는데 따르는 엄청난 국력낭비를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묘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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