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을 막자는 표제아래 연일 본보 사회면에 실리고 있는 캠페인 기사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어린이 실종과 인신매매 범죄의 심각성을 또 한번 일깨워준다. 「누가 이 아이를 모르시나요」란 부모들의 애끊는 호소와 함께 소개된 11세 정유리양의 행불 70일,16세 이미영양의 소식 두절 19개월의 사연은 자식을 둔 모든 부모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파렴치 범죄앞에 속수무책으로 떨고 있는 오늘의 사회상을 고발하고 있는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진다.이런 일이 어디 두 소녀에게만 국한된 일인 것인가. 개구리잡이 나간 국민교생 5명을 비롯,수도없이 많은 소년·소녀와 부녀자들이 실종·납치되고 있고,그들을 애타게 찾는 하소연과 전단이 전국에 깔리고 있는지 오래인 것이다.
인신의 약취유인이나 유괴 및 인간매매는 가정을 파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두루 짓밟는 행위이기에 가장 죄질이 극악한 범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때문에 국민적 원성이 높아질때마다 국가공권력은 수도없이 발본과 예방을 다짐해왔지만 눈에 띄게 개선된 조짐이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89년 부녀자납치와 인신매매 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대통령의 명령으로 특수부가 설치됐고 당정에서 특가법에 인신매매범을 무기까지 중벌할 수 있는 조항까지 만들지 않았던가. 또한 전국 각 수사기관에 신고전화가 생겼고,민간단체에서 마저 캠페인을 펴 왔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리고 또 지금은 국가에서 지속적 수행을 다짐하고 있는 「범죄전쟁」 기간중이기도 한것이다.
그런데도 실종·납치사건이 계속 빚어지고 있는 원인을 당국은 차제에 심각히 자체비판해야 할것같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원인중 하나가 경찰의 외면과 수사포기일 것이다. 캠페인 기사에서 민시련시민자위단장 김경용씨도 그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시정을 요구할 정오인 것이다. 대통령과 공안책임자나 국민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직접 단속과 수사에 나설 경찰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실종·납치·인신매매의 근절을 위해서는 실제로 신고받은 경찰이 성의있게 수사에 나서도록 보장하는 구체적인 확인 및 지원방안이 가장 절실하고 시급하다.
두번째 원인으로 지나친 향략·퇴폐산업을 부르는 오늘의 사회분위기가 꼽힐만하다. 그런 업소의 일손 수요가 날로 급증하게 되자 납치·인신매매 범죄조직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기에 국민적 자숙과 경계가 더 한층 필요하다. 세번째 원인으로는 시민적 자구노력의 확대와 조직화 미흡을 들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민시련과 YWCA 등 봉사단체에서 피해 가족들을 도와 외롭고 힘겨운 노력을 해왔지만 이제부터라도 반상회 등을 통한 전체 시민과 가정의 참여유도와 신고·고발망 확대로 억지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의 분발과 범 국민적 참여속에 「인간증발」을 막아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