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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밖에 믿을게 없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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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밖에 믿을게 없나(사설)

입력
199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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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무용과 입시부정사건의 속보를 챙겨 보노라면 기가 막힐수 밖에 없다. 예·체능학과에서 잇달아 부정사건이 터져 왔다고는 하지만 명문 이대에서도 그런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거액에 달하는 부정입학사례금의 반환과정에서 학부모에 의해 연출된 공갈협박은 시정잡배의 범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사한 양상을 나타내 충격의 도를 더 해주고 있는 것이다.입시부정에 관련해 구속된 홍정희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무용계의 클래식발레의 정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알려져있는데,현대무용부문의 권위라는 같은학과의 저명한 여교수도 부정입학에 관여한 혐의가 밝혀져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무용과를 대표하는 두 교수가 서로 자기몫을 정해 점수높이주기 담합까지 했다고 하니 부정이 구조적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기왕에 있은 일부대학들의 부정입학사건은 쪼들리는 대학재정에 숨통을 트기 위한 것이었다해서 일말의 동정을 받을수도 있었으나 홍교수 등의 경우 스스로의 학문적 권위와 명성 그리고 대학이 신뢰하고 맡긴 실기심사위원 자리를 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악용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런 일이 터질때마다 느끼는 바 이지만 지성과 양식의 상징인 대학교수들의 타락은 우리를 슬프고 비참하게 만든다.

지난 봄의 서울대 음대 입시부정을 비롯해 몇몇 대학의 예·체능계 입시부정이 드러났을때도 그러했지만,이번의 이대 음대 부정입학사건은 실기채점위원인 교수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기술적으로 부정채점이 가능한데다가 돈을 얼마든지 쓰더라도 부정입학을 시키고 싶은 학부모가 줄지어 있는 이상 입시부정은 뿌리를 뽑기가 어려운 지능범죄인 것이다.

교육부는 서울대 음대사건이후 실기시험 지역공동관리제를 없애고 대학별 단독관리제로 전환해 대학의 책임을 무겁게하고 실기배점비율을 30∼50%로 낮추는 부정방지대책을 제시했지만 이러한 방안들이 과연 실효를 거둘수 있겠느냐는데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실기채점 교수들이 검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한 이런 방비책은 쉽게 뛰어넘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입시를 2달여 앞에두고 뾰족한 다른 대안을 찾을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예·체능계 교수들이 마음가짐을 일신해 부정에 개입하지 않을 각오를 새롭게 해주기를 우선 당부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부와 학교당국은 부정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입시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부정하는 교수는 적발해 대학캠퍼스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단호함을 보여줘야할 줄로 기대한다. 장기대책으로는 예·체능계를 대학에서 분리,실기위주로 교육하는 각종학교 체제로 전환해야할 것을 다시한번 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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