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성 재탕추궁에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경제실정 질타,핵·군축 조명은 제한적 소득15일 끝난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던 현안들에 대한 의원들의 재탕·삼탕 질문과 정부측의 알맹이없는 지루한 답변으로 일관,13대를 마감하는 「파장」의 냄새만 물씬 풍긴채 막을 내렸다.
이는 대정부 질문에 앞서있었던 국정감사의 열기에도 훨씬 밑도는 수준에 그쳐 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을 거듭 확인시켜주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정부 질문이 싱겁게 끝난것은 질문에 나선 의원들조차 대정부 질문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미리 의식,대정부 질문이 가져다줄 실익에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지 않았을 뿐아니라 정부측 또한 되풀이되는 답변을 통해 「면역성」이 쌓일대로 쌓였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기에다 14대 총선을 의식한 의원들이 「대정부 질문」 본연의 활동에 열중하기 보다는 지역구민들을 대거 초청,관광을 시켜주는가하면 지역구 민원성 혹은 폭로성 발언에 질문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는 등 이번 기회를 선거전초전으로 활용한 사실도 대정부 질문의 수준을 떨어뜨리는데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거여와 야권통합후 출범한 자칭 강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렸음에도 불구,정당대 정당차원의 이벤트 창출에 실패한채 의원 개개인이 각개 약진하는 현상을 빚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반적인 부의 평가와는 별개로 각 분야에서는 제한적 이나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정치분야에선 그동안 수시로 정치권을 긴장시켰던 정치일정 문제가 부각,정원식 국무총리가 자신의 답변을 해명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긴했지만 정부측으로부터 내년의 네차례 선거일정을 법규정에 따라 소화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사실을 들수있다.
아울러 이를 둘러싼 논란과정에서 줄이은 선거일정이 4년마다 반복될 경우 국가적 기회비용의 지출증대와 함께 정치·경제적 위기요인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제기 역시 그 나름으로 공감대를 넓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서비리와 관련해 일부 야당의원이 뚜렷한 증거가 없는 각종 설을 내세우며 정치공세를 편것이나 이에 대해 여당의원들이 알레르기에 가까운 단세포적 반응을 보인 것 등은 진상의 완벽한 규명을 바라는 국민입장에서 보면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다.
정치분야 보다 오히려 일반인의 관심을 끈것은 경제분야에서 여야가 거의 한 목소리로 물가상승·국제수지 적자 등 경제난국을 거론하며 정부의 실정을 질타한 대목이다.
특히 변칙상속 등 재벌의 비리와 부동산투기 등은 질문에 나선 의원들의 단골메뉴로 등장,정부측의 원론적 답변과 관계없이 이 문제를 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비판적 시각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는 남북한 유엔동시가입과 미국의 핵감축선언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 한반도 핵문제·남북한 군축문제·군의 새로운 위상 정립문제·통일정책 등이 새롭게 조명됐다.
비록 국정감사 등에서 이미 거론된 바 있어 선도가 다소 떨어진데다 정부측 또한 아직은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오래세월 성역속에 가려져 금기시돼왔던 사안들인 만큼 재조명 자체만도 간과할 수 없는 성과라고 볼 수있다.
사회분야에선 지역·도농·빈부갈등 등 우리나라가 안고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치안부재 상황 등이 도마위에 올라 정부측에 재차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한편 대정부 질문기간에 국회 농림수산위에서 「쌀 등 기초식량 수입개방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은 비록 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여야가 접근하기에 따라서는 정략적 차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어도 무리가 없을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안이 야당의 일방적인 공세·추궁과 여당의 간접지원을 받은 정부의 방어·반격으로 인해 명쾌한 결론은 14대 국회로 이월될 수 밖에 없었다는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그런 의미서도 14대 국회에서는 우리 정치권이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토론기법 미숙의 개선방안,나아가 본회의 대정부 질문의 필요성 여부 또는 개선방안 등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있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김종래기자>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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