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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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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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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YMCA 강당서는 가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하는 감동을 안겨주는 모임이 있었다. 이름하여 새 생명 나눔잔치.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이 모임에는 신장기증자와 신장이식수술자가 자리를 같이하여 꺼져가는 생명의 불길을 되살린 기증의 보람과 건강을 되찾고 사회에 복귀한 소생의 감격을 함께 나누었다. ◆인체의 재활용을 통한 생명연장인 장기기증이 외국서는 이미 오래전에 정착되었고 이를 전제로한 뇌사인정문제가 의학계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터이지만 국내서는 미국에 이민갔던 개신교의 어느 목사가 모국의 동포들을 위해 펼쳐야할 운동이라고 판단하고 단신으로 귀국하여 지난 정초부터 펼친것이 바로 사랑의 장기 기증운동이다. ◆그러나 바로 1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발령에 항의하여 수많은 선비가 목숨을 버릴 정도로 신체발부애지부모라는 유교사상이 뿌리깊기만 했던 한국서 이 운동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는 낙관론 보다 비판론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1년도 안된사이 이 운동을 제창한 개신교 목사를 비롯하여 13명의 독지가사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여 신부전증으로 꺼져가는 생명의 불길을 되살려 냈다. ◆사랑의 실천운동에 스스로 참여하기 위하여,딸이 신장을 제공받아 소생한 것에 보답하기 위하여,사회에 부담을 안겨주기만 했던 전과를 속죄하기 위하여 등등…,신장기증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반대급부도 기대하지 않고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몸의 일부를 선뜻 잘라낸 독지가가 이 사회에 두자리수에 이를 정도로 많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사랑의 장기운동본부에 의하면 이 운동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등록절차를 마친 생전 장기기증자가 4백6명,사후각막기증자가 1천7백42,사후전장기 기증자가 2천6명,시신기증자가 7백74명이라고 한다. 당초의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장기기증운동이 짧은 기간에 이처럼 뿌리를 내리는 것은 온갖 비리와 부조리가 판치는 오늘의 세태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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