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1.10.14 00:00
0 0

단풍이 타오르는 소풍철­. 초·중·고교생들에겐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내는 계절이다. 소풍은 두가지 뜻이 있다.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바람을 쐬러 나가는 외출은 소풍이다. 운동이나 자연 관찰을 겸하여 야외로 먼 길을 걷는 일은 소풍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족이라는 말도 쓴다. 소풍 본래의 뜻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운동이나 자연의 관찰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도시 주변엔 한적한 야외가 아주 드물다. 발길은 저절로 자연이 아닌 「인공」으로 찾아간다. 자연을 대하고 관찰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먼 길을 걷지도 않는다. 학교에서 목적지를 정하고 일정 시간에 그 자리에 모이면 그만이다 .차를 타거나 걷거나 상관할바 아니다. 헤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과천의 서울랜드 같은 인공의 공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대혼잡이다. 출근시간이 지난 버스는 소풍학생으로 초만원을 이룬다. 한꺼번에 여러 학교의 수많은 학생들이 몰리니 단체행동의 훈련은 엄두를 못낸다. 뿔뿔이 놀이기구에 매달리다가 도시락이나 처분하면 파장이다. 그러니 소풍날은 야외학습이 아닌 「노는 날」 쯤으로 여긴다. 이런 무미건조한 소풍이 어떻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까. ◆지방 도시도 비슷한 상황이겠으나 수도권에선 소풍터가 사실상 소멸되었다. 집들이 빽빽히 들어찬 서울의 세검정이나 정릉 기슭은 1950년대 까지도 훌륭한 소풍장소였다. 국민학교 어린이들도 그 먼길을 걸어서갔다. 교사들의 인솔과 지도로 노래를 부르고 자연을 배웠다. 공동생활의 필요함도 함께 깨달은 것이다. ◆환경이 크게 변했으면 소풍의 방식도 달라져야 함이 바람직하다. 모이기 쉽고 놀기 좋은 곳에만 몰릴 까닭이 없다. 가벼운 등산로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즐거운 소풍길이 교통난에 구겨지고 돈씀씀이나 헤퍼지게 한다면 소풍은 있으나 마나가 아닌가. 학교마다 타성을 버리고 개선책을 마련해 볼만하다. 수업이 없어 즐거운 소풍은 의미가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