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아이스크림 때문에…」 요즘 이대 무용과 부정입학 사건을 두고 자주 입에 오르 내리는 말이다. 이 말은 모스크바에서 인솔교수의 심부름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러갔던 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함으로써 교수와 학생의 부정입학 관계가 드러난 것을 비꼬는 뜻을 담고 있다. 결과론이지만 아이스크림만 먹고 싶지 않았더라도,또 부정입학 시킨 학생을 심부름만 시키지 않았더라도 이번 부정입학 사건은 영원히 어둠속에 묻혔을 것이다.아이스크림과 샤벳은 뜻밖에도 중국 사람들이 처음 생각해 만들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유럽에 소개한 사람은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폴로라고 한다. 동양의 신비를 고국 이탈리아에 두루 전했던 마르코·폴로도 아이스크림 맛에 매료됐던지 이를 소개하는 것은 잊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것이 유럽을 거쳐 멋진 서양음식으로 둔갑해 한국·일본에 나타난 것은 19세기 말께로 이야기된다. 서양 사람들이 진출하면서 소개됐다.
아이스크림이 유럽에 처음 전해졌을때 역시 그 반응은 대단했던것 같다. 영국의 찰스 1세는 아이스크림을 어찌나 좋아했던지 자기 이외의 사람이 이를 먹는 것 조차 싫어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영국에 전해준 이탈리아 사람을 많은 돈을 주고 붙잡아 두었다가 나중에는 아예 죽여버렸다. 이탈리아 사람은 아이스크림 때문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어비리는 수난을 당한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러갔다가고 꽃다운 나이에 수난을 당한 김양도 안쓰러운 희생자다. 부모의 돈에 의해 부정입학한 사실을 알았을 그도 돈을 받고 입학시켜준 스승의 지도를 받는 학교생활이 그렇게 즐겁고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홍 교수의 「수단」은 「그 놈의 아이스크림 때문에…」라고 우스갯 소리로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나고 화도 난다. 지난봄 서울대 음대 등의 부정입학 사건이 터졌을때 천만단위의 돈이 거래될 사실에도 놀랐었다. 이번엔 그 정도가 아니다. 「억」 단위다. 자그마치 1억1천만원이란 돈이 교수와 학부모 사이에 오고 갔다. 학교자체도 아닌 한 교수가 그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상상하기조차 힘든다.
오래전부터 예·체능계 대학입학엔 부정이 따른다는 소문이 상식처럼 나돌았다. 이를 듣고도 모두 무감각하게 당연한듯 받아들인 면도 없지 않다. 굵직한 부정사건이 너무 많이 터지니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어 얼얼해 무감각해진 입처럼 부정에 무감각해졌는지도 모른다. 돈 있는 사람들의 돈장난이라고 관심조차 갖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너무 관대한 것인지,치부를 덮어두고 지나가려 했기 때문인지 오늘의 우리를 알 수 없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등 정의도 많지만 오늘의 우리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생각된다. 우리 사회는 대학을 그러한 곳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일단 들아가고 보는 곳으로 여긴다. 이를 위해 부정도 사양 않는다. 입학한후 졸업못할까봐 걱정했다는 학생이 없는 현실이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에 드러난 부정사건을 계기로 대학 예·체능계 입시에 획기적인 개선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부정사건이 터질때마다 두더지잡기를 놀이처럼 머리만 내미는 사건을 두드려잡는 미봉책에 그칠 일이 아니다.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못할바에는 차라리 교육부 주최·문제의 대학후원으로 무당을 불러다 아이스크림이라도 올려놓고 「부정 입시 귀신아 물러가라. 둥둥둥」하고 굿판을 벌이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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