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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골라내기/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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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골라내기/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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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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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인준해달라. 그렇지않다고 판단되면 인준안해도 좋다. 그러나 이 과정만 끝나게 해달라』부시 미대통령에 의해 대법원 판사로 지명된 클레어런스·토머스 판사는 11일 미국상원의 인준청문회에서 자신의 온갖 이면이 해부되는데 대해 이처럼 애타는 저항의 몸짓을 보였다. 한달여전의 청문회에서 사상적 편향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때만 해도 의연함을 보이던 토머스 판사는 최근 자신의 성추문이 속속 폭로되면서 지치고 생채기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지명 당시 차별과 가난을 딛고 일어선 「미국의 꿈」으로 미화되다가 「여비서를 넘보는 저열한 필부」로 비난받아야 하는 추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지않더라도 짐작할만한다. 토머스판사가 자신의 처지를 「악몽」으로 비유하는데 대해서도 십분 이해가 간다. 청문회장 주변에서도 「사생활을 샅샅이 들추는게 대법원 판사 인준에 꼭 필요한가』라는 일부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한다.

토머스 판사도 『사생활을 파헤치는게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미국의 언론이 살펴본 국민반응은 토머스의 괴로움보다는 흠집없는 대법원 판사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미국인의 일상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사는 당연히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머스의 곤욕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공인들은 참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 험난한 인준절차도,가혹한 여론 재판도 없으니 한국에서 공인되기가 쉽다는 단정도 부리는 아닐듯 싶다.

유신체제때 강권통치의 하수인 이었던 인물들이 5공에서도 활보하고,5공때 불합리하게 득세했던 이들이 6공에서도 큰 소리치는 현실은 우리에게 미상원의 인준 청문회와 같은 엄정한 「인물 고르기」 절차가 없었던데에서도 연유한다. 심지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멸사봉공하겠다던 지방의회 의원들이 사기·강간·공갈등 온갖 비리에 연루됐던 최근의 사건들을 떠올려 볼때 토머스의 성추문은 「애교」로 치부할 정도이다. 『일반인의 사생활은 철저히 보호해도 나라를 이끈 공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미국의 이분법이 가뜩이나 공인의 도덕성이 문제되는 우리 사회에 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토머스 인준 청문회를 단순한 흥미본위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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