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포 최모씨(28)는 허황한 꿈을 쫓아 설불리 집을 떠난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서울역앞 속칭 「벌집」 하숙촌의 햇볕도 들지않는 비좁은 자취방안에 누워 아무 희망없이 시들어가는 처지를 생각하며 눈물만 나올뿐이다.최씨는 지난 6월25일 인천항을 통해 부모님의 나라에 첫발을 디뎠다.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시 집에 아내(28)와 아들(5)이 있고 풍족하지는 못하나 요리사일로 그럭저럭 단란하게 살던 최씨는 갑자기 바람이 들었다. 서울서 오는 모국동포와 고국방문에서 돌아온 이웃들 때문이었다.
『막노동을 하더라도 서울에 1년만 눌러앉아 있으면 평생을 호의호식 할 수 있는 큰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소문에 들떠 얼마 안되는 재산을 처분,브로커를 통해 초청장을 발부받아 꿈에 부푼 장도에 올랐다.
도착 3일만에 다른 중국교포의 주선으로 서울 노원구 중계동 택지개발 지역의 아파트건설 현장에서 일거리를 얻었다.
공사장 품삯은 일당 4만5천원이라 합법적 체류기간인 석달만 일해도 중국에서 10년치 수입에 해당하는 3백여만원이란 거금을 손에 쥘수 있었다. 그러나 한달여만에 최씨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공사현장 아파트 7층에서 손수레로 복도에 깔 인조석을 나르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무릎뼈가 부서져 버렸다.
작은 하도급업체인 회사측은 일단 최씨를 인근 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최씨가 중국교포인것을 알고 당황했다. 취업자체가 불법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 혜택을 줄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최씨가 지난 10일 완치가 덜된 몸으로 퇴원했을때 이미 수중에는 돈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근무중 부상한 일용 노동자는 급여의 70%에 해당하는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돼있으나 최씨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입원기간중 이미 체류기간을 넘긴 최씨는 다시 불법취업을 해서 여비라도 마련하러 공사판을 헤매고 다녔으나 절뚝거리는 그를 어디서도 받을리 없었다.<김광덕기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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