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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또 다른 「정경분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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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또 다른 「정경분리」(사설)

입력
199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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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긴 김일성의 중국방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북경에 도착,일련의 고위급회담을 갖고 6일부터 지방 산업시찰 여행에 들어가 15일 중국을 떠날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김일성의 중국방문 목적이 무엇이고,중국 당국과의 회담에서 무엇이 논의됐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가 북경역에 도착하던 날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이 중국정부측과 무엇을 논의했을 것인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유럽공산권이 무너진 지금 두나라가 정치·군사적으로 어떻게 협조·협력할 것인가,그리고 북한의 경제적인 어려움에 중국이 무엇을 도울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했을 것이다.

김일성의 공식방문 스케줄은 그가 지방시찰 여행으로 나서기 위해 북경을 떠난 6일 하오에 사실상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두나라 사이에 아무런 공식적 합의가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두나라는 아마도 「합의」보다는 「의견차」를 확인한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이나 프랑스의 언론들이 북한의 핵개발정책,권력세습,경제난 타개 등에 대해 중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한 내용은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라고 판단한다.

공개적인 중국측의 태도표명으로 오스트리아를 방문중인 전기침 외교부장은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반대하며,북한의 핵사찰과 주한미군의 핵철수는 「별개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김일성의 북경방문과 때를 같이한 전기침의 이 발언은 김일성에게 뼈아픈 정면도전 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 강택민 당 총서기는 8일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강조돼온 「혈맹관계」를 부정하고,「우정관계」라고 못박았다. 김일성이 동유럽공산권 붕괴이후 중국과의 혈맹관계 복원을 생각했다면 역시 뼈아픈 「이혼선언」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김일성이 평양으로 돌아갈때 두나라의 경제협력 협정,다시 말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 협정이 체결될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대로 중국이 북한에 경제원조를 준다하더라도 북한의 경제난을 푸는데 얼마만한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김일성의 중국방문 여행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제개방 성과를 눈으로 보는 「수학여행」에 그칠 공산이 크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정경분리 정책을 쓰는 것처럼,북한에 대해서도 명분상의 정치적 우호를 주면서도 실질적인 경제적 부담은 꺼리는 또다른 정경분리 정책을 쓸것이 확실하다. 북한은 한시바삐 현실에 눈떠 남북화해와 협조의 방향으로 손을 뻗치는 것만이 살길임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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