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것은 인간의 생명일 것이다. 의학이나 의술도 능력에 한계가 있는 사람 스스로가 그처럼 존엄한 사람의 생명을 어쩔 수 없이 다루는 것이기에 그 근본은 철두철미 윤리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과학과 생명공학이 발달,인공장기를 만들어내고 남의 장기를 이식하고,시험관에서 생명마저 키워낼 수 있는 시대라해도 인간의 생명을 기계수리하듯 할수는 없는 것이다.그 때문에 우리는 일찍부터 의술을 인술이라 일컬어왔고,의사하면 누구나 히포크라테스선서를 통해 윤리에 바탕한 인술시혜와 봉사를 엄숙히 다짐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게 기계적으로 양산되는 후기산업사회이다. 역시 양산되고 있는 의사와 눈부신 과학발달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게된 의술은 바야흐로 의학기술 만능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감이 없지않다. 날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기술과 기능은 의료계로 하여금 곧잘 근본마저 잊게 만든다. 또한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배금풍조는 인술에 대한 일반의 외경심을 앗아갈뿐더러 의술이 치부의 수단으로까지 타락,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런 환경속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일선 의료기관으로는 처음으로 10개 부문의 의학윤리를 제정,선언했다는 소식이다. 교단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이기에 종교관에 따른 의학 윤리선언이란 어찌보면 당연할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인술에 갈증을 느껴온 사회일반에 주는 인상은 퍽 신선하다.
「환자진료는 영리성 추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황금을 멀리하라는 환자진료 윤리지침을 비롯,제왕절개술·태아진단 및 성감별·안락사·가족계획·인공유산·인체실험·죽음판정 및 고지·장기이식·체내외수정 등 모두 10개 부문에 걸친 이번의 윤리지침은 한마디로 「의술의 인간화선언」이라 할만하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근본과 한계를 새삼 지키려는 의료계의 자구선언이기도 하다.
이번 선언이 특히 의미있는 것은 일선의료기관 스스로의 자발적인 자정노력이라는 점일 것이다. 물론 의료계에서는 지난 81년 대한병원협회에서 병원윤리강령을 제정한바 있었지만 그 강령이 잘 지켜져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동의료원에서는 이번 윤리선언 및 지침의 수행여부를 해마다 8∼9회 평가키로 해 지속적 노력을 기울일 각오임을 밝혔다고도 한다. 이같은 윤리적 자구선언에 다른 일선 의료기관들도 앞다퉈 동참,우리 의료계 전체로 확산되길 바라고 싶다.
우리 의료계의 고질과 당면과제를 새삼 따질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선의 템포가 더딘 의료계 내부도 문제지만 일반국민들의 의료계를 보는 시선이나 의료제도 및 행정에도 따질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윤리선언은 이같은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인술의 본령을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을만 하다. 의학교육도 기능·기술위주에서 벗어나 인간교육을 더욱 강조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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