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경제학과 학생 1백여명은 11일로 열하루째 총장비서실을 점거,끈질기게 농성하고 있다.20평 규모 비서실 바닥에는 스티로폴이 여기저기 깔려있고 이위에 돗자리를 깔아 농성 학생들이 앉거나 누워 중간고사 준비를 하고 있으며 방한켠은 칸막이로 막아 이불을 갖다놓고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는 정치경제학 전임교수를 영입해 달라는 것. 학생들은 지난달 24일부터 경영대학원 세미나실에서 농성하다 학교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난 1일 장소를 이곳으로 옮겼다. 『89년 당시 부총장과 학장이 요구를 수락했는데도 이행이 되지않고 있는것은 총장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에게 몇번 농성을 풀것을 종용하던 안용교총장은 아예 내빈접견실을 통해 다른 문으로 총장실을 출입하고 있다.
『과의 문제는 과에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격렬한 충돌도 없고 그렇다고 쉽게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 학교측과 학생들의 묘한 대립은 애당초 「정치경제학」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수들은 현재 과에서 당장 필요한것은 구시대적 이론인 마르크스 경제학이 아니라 국제경제학이라고 주장,이미 교무처에 이 분야 전임교수 증원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반면 학생들은 그동안 냉전사고 때문에 소외됐던 정치경제학이 현대 경제학 전반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소련과 동구의 몰락 등을 들어 의미를 축소하려 하지만 정치경제학은 시대변화와 상관없이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학과의 한 교수는 『학문의 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며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며 『그러므로 국제경제학 강의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은 똑같은 이유로 정치경제학 교수충원을 고집,끝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다.
학교측에서 정치경제학 교수충원을 약속했던 89년은 전 대학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었다.
그러나 소련,동구의 공산주의 몰락 등 상황변화로 불과 2년만에 이 학문은 대학내의 작은 갈등요소로 변해버렸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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