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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이용 증여 “교묘”/수법 날로 지능화… 세법규제 못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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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이용 증여 “교묘”/수법 날로 지능화… 세법규제 못따라가

입력
1991.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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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차명계좌 이용/유상때 실권주처리/불공정한 기업합병/주식공모가 뻥튀기/공개전 물타기증자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의 사전상속·변칙증여는 기업공개전 지분이동 및 물타기증자 및 일견 적법한듯이 보이는 교묘한 주식거래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 명예회장 일가는 이밖에도 계열기업의 불균등감자나 변칙적인 기업합병,실권주 인수 등을 통한 일가족간의 주식이동이라는 새로운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국세청조사 결과 밝혀지고 있다.

이같은 주식을 이용한 지능적인 사전상속·증여수법은 그동안 세무당국의 눈길이 미치지 못한탓에 세법에도 명확히 열거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세금을 피하는 방법으로 재벌그룹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사용되어 왔었다.

재벌그룹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수법은 기업공개전 물타기증자와 기업공개시 주식의 공모가를 시세보다 훨씬 높여 발행하는 뻥튀기. 현대그룹은 지난 89년 현대정공·현대해상화재보험·금강개발·현대강관·현대상선 등 6개 계열사를 공개하면서 공개전에 물타기증자로 정 명예회장 일가의 보유주식수를 늘린뒤 공개과정에서 이를 매각,2천억원 규모의 자본이득을 거둔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난해 기업을 공개한 36개사의 경우 공개직전 1년간 평균 1백7.2%의 무상증자를 실시,대주주들이 거액의 불로소득을 챙겼다.

지난 89년에도 총 1백26개사가 평균 97.4%의 물타기증자를 실시,이같은 수법은 기업들 사이에 널리 일반화돼있다.

재벌그룹들은 또한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합병비율을 불공정하게 산정,주주간의 지분율을 변동시켜 사전상속이나 위장증여하는 수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합병당사기업의 주당평가액이 서로 다른데도 합병비율을 부당하게 1대1로 적용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지난 89년 상장기업인 (주)한진은 비공개계열사인 대한종합운수를 흡수합병하면서 주당평가액이 서로 다른데도 1대1로 무리하게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조중건 대한항공 사장 등 가족이 1백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벌그룹의 대주주들은 또 계열사의 자본을 줄이는(감자) 과정에서도 주주간의 감자비율을 달리하는 불균등감자를 통해 사전상속이나 변칙증여를 하고 있다.

또다른 수법으로는 실권주처리 과정을 통한 것이다. 기업의 유상증자시 발생하는 실권주를 보통 대주주가 인수하는 관행을 악용,고의로 특정대주주가 신주인수를 포기,실권주를 대량 발생시킨 후 이사회 결의라는 요식행위를 거친뒤 그룹의 총수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들에게 인수시킴으로써 상당한 자본이득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무당국의 주식이동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한진 등 6개 재벌그룹은 지난 89년 이후 현재까지 유상증자를 하면서 발생한 6백50만주의 실권주를 대부분 그룹총수와 친인척들에게 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지난 89년 10월 유상증자때 발생한 실권주중 34만8천5백97만주를 정세영회장 등 임원 54명에게 배정한 것을 비롯,모두 3백69만3천5백59주의 실권주를 2세 및 임원·계열사 등에 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재벌그룹의 총수들은 차명계좌나 가명계좌를 통해 자신의 주식을 2세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을 일삼고 있으나 실명제가 도입되지 않은 현실정으로선 적발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주식을 통한 사전 상속·변칙증여의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그러나 세법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는 『세법이 아무리 강화되더라도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수법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법만으로는 사전상속이나 변칙증여를 막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하면서 정부는 물론 관계기관들의 지속적인 감독,조사활동의 강화와 국민여론의 감시만이 재벌기업들의 위장탈법 행위들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주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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