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에서 통합야당의 대표로 나온 이기택 민주당 공동대표는 『국민이 정치의 앞날을 분명히 예측할 수 있게 내년도에 있을 4대선거의 정치일정을 명확히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말해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내년에는 14대 국회의원 총선,대통령선거,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 선거 등 4가지 선거가 있는데 언제 어떤 순서로 실시될 것인지 구체적인 일정을 결정해서 밝히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내년에 4개의 중요한 선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언제쯤 있을 것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궁금하다. 대강 알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선거가 내년 봄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그리고 대통령선거는 내년말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정도에 불과하다. 도지사와 특별·직할시장,시장 군수 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의 선거는 그냥 내년중에 실시된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뿐 여름에 할지 겨울에 할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 궁금하다 못해 답답할 지경이다.
이 네가지 선거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중대사를 언제 치를 것인지 미리 결정하지 못하고 그때가서 보자는 식으로 어물 어물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집안의 가족행사도 미리 미리 날짜를 잡는게 상식이고 매년 치르는 대학입시도 대개 6개월전쯤해서 날짜를 결정,발표하는데 국가적 대사의 택일을 「그때가봐서 하면된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방치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렇게 무책임한 일을 우리 정치인들은 오래전부터 습관처럼 해왔다. 때문에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 조차도 모르고 지내온 것이다. 궁금하고 답답하고 불편한데도 지병처럼 지니고 살아온 것이다.
선거시기 결정은 정부여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정부여당 자신은 물론 국민이나 야당에까지도 깊이 박혀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에서 각종 선거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야당은 버릇처럼 무의식적으로 선거시기 결정권을 정부에 맡겨버렸던 것이다. 시기 택일을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에 맡기지 말고 아예 처음부터 벌률안에 넣자는 주장을 들은 기억이 없다. 정부여당에서 들어줄리가 만무하다고 처음부터 포기해버린 탓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그렇게 해온 탓인지는 모르나 이 문제가 정식으로 국회에서 제기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정부 여당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날짜를 잡는다고 야당이 비난하는 일은 선거때만 되면 흔히 있었다. 그러나 야당이 이 문제로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일은 한번도 없었다.
이기택 공동대표가 야당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지만 일단 평가할만한 일이다. 욕심같아서는 한번 해보는 소리로 지나가지말고 이번 국회에서 있을 선거법 개정작업시 명확하게 구체화 시켰으면 한다.
법안에 날짜를 박고나면 택일문제를 두고 여야간에 왈가왈부하는 낭비적인 시비도 없어질 것이고 답답한 국민의 마음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의원들 스스로가 입법의 주체라는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정부쪽에 선거일정을 밝히라고 외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국회에서 자신들의 손으로 입법조치를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네가지 선거를 두번 정도로 끝낼 수 있게 묶어서 치르는 방안도 강구되었으면 한다. 내년 경제는 더 어렵다는데 네번씩이나 따로 따로 선거를 치른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를 걱정이 태산같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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