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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판사에 “성추문”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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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판사에 “성추문” 회오리

입력
199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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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없는 학대경험” 법대 여교수 폭로로/상원 대법관 인준표결 연기… 미 전역 떠들썩【워싱턴=정일화특파원】 클레어런스·토머스 미대법원 판사지명자(43)가 8일 대법관인준을 둘러싼 3번째의 파토타기에 휘말려 있다. 이번 파도는 그가 이제까지 경험한 여론의 파도중 가장 가혹하고 아슬아슬하다.

상원 본회의가 지난 4일 대법관인준 청문회를 종결짓고 8일 최종표결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을때만 해도 토머스 판사의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민주당 57명중 13명이 이미 찬성투표를 던지기로 했고 공화당 43명중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토머스의 대법원 진출을 환영했던 것이다.

그러나 토머스를 다시한번 무시무시한 여론의 파도 꼭대기에 밀어올린 사건이 주말인 5일 발생했다. 오클라호마에 사는 한 여성이 토머스의 보좌관으로 있던 지난 80년대초 토머스로부터 『모욕적이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성적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내셔널 퍼블릭(NP)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폭로했는데 주말인 4일과 5일 이틀내내 미국의 주요 TV방송인 CBS,NBC,CNN 등은 음성만으로된 이 인터뷰내용을 인용방송해 전국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상원표결을 하루앞둔 7일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결국 전국TV,신문의 요청에 의해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증언자는 놀랍게도 오클라호마대 법대교수로 있는 흑인 여교수 애니타·힐 박사(35)로 밝혀졌다.

이어 『토머스 인준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듯 일어났다.

힐은 예일대 법대를 갓 졸업한 직후인 1981년 연방교육부 인권국장으로 있던 토머스 판사의 특별고문으로 취직한후 법률에 명백히 금지돼있는 「상관으로부터의 성적학대」를 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힐은 83년 토머스가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 위원장으로 승진한후 그를 따라 다시 보좌관으로 옮겼으나 여기서도 음탕한 성적학대 언사가 계속됐다고 진술했다.

힐 자신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자회견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이미 상원법사위와 연방경찰국(FBI) 조사에서 증언한바에 따르면 토머스 판사는 힐에게 『같이 외출하지』라고 자주 말했으며 그녀가 말을 안들으면 여성이 강간 당하는 상황이나 심지어 동물과 성행위하는 포르노 영화를 본 얘기를 해 힐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8일 하오6시로 예정된 토머스 인준표결시간이 다가오자 상원의사당과 그 주변은 긴장감이 높게 일기 시작했다.

의사당 뜰에는 일단의 토머스반대 데모대들이 모여 『지금은 어느때인가. 바로 정의를 필요로 하는 때다』 『토머스를 반대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이어 상원은 토머스에 대한 표결을 예정대로 실시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토의를 하기 시작했다.

토머스 판사의 강력한 후원자인 존·댄포스의원(공·미주리)은 토머스판사가 자필로 쓴 『이 주장은 근거없는 것이며 나는 억울하다』는 성명을 낭독했다. 이어 토머스 판사 자신이 사실규명을 위해 1주일간 표결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여야는 표결을 오는 10월15일 하오6시에 하기로 연기했다.

댄포스 의원은 힐 교수가 토머스 보좌관직을 떠난후 적어도 11번의 전화를 걸어왔으며 이중에는 『지금 워싱턴에 와있다. 내방 번호는 ○○○이다』고 말한 기록이 있어 그녀가 토머스 판사와 함께 일하면서 성적학대를 받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에드워드·케네디 상원의원을 주축으로 한 민주당소속 진보파 의원들이 토머스의 대법관인준을 방해하기 위해 준비해둔 비장의 카드로 힐 교수를 등장시켰다고 말한다.

아무튼 토머스 판사가 받은 1주일의 유예기간은 그 자신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진영 그리고 그를 반대하는 여성·민권단체 그리고 가부간 결론을 내야하는 상원 모두에게 가슴조이는 기간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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