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기리는 가운데 정작 한글이 외래어나 모방 외래어에 밀리는 언어의 역조현상이 날로 늘어간다. 거리의 간판과 상품이 그렇다. 호화상가 일수록 더욱 심하다. 밖으로부터 외제홍수가 밀려오고,안에선 외래어가 범람한다.재미교민이 물려사는 로스앤젤레스엔 코리아 타운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즐비한 한글간판 때문에 서울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서울의 어떤 상가들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우리나라인지 외국에 서있는지 어색하고 어리둥절 하다. 이중엔 직수입한 외래어도 있지만 얼토당토 않은 모방과 엉터리 창작까지 끼어들어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국적불명에 다국적 혼혈형까지,아무런 부끄러움을 모르는듯 제멋대로이다.
우리말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훼손하는것은 의제 외래어만이 아니다. 표준어에 대한 무시와 무관심은 말할것도 없고 행정과 법률용어의 난해는 멀쩡한 국민을 문맹 취급함이나 다를바없다. 이로인한 언어생활의 불편과 혼란은 때로 극심한 고통마저 안겨주는 실정이다.
우리는 외래어라면 무조건 거부하려는 배타주의엔 동의하지 않는다. 언어 순화의 차원에서 우리말로 바꿀것은 바꾸고 그대로 수용할것은 받아들이는게 순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그만한 폐해가 우리 스스로에게 돌아옴을 깨달아야 한다.
무분별한 외래어의 도입과 유행은 자기 비하로 빠져들기 쉽다. 외래어를 써야 권위와 가치가 있고 진짜임을 확신 시킨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결과는 역으로 자기와 우리를 격하하는 꼴밖에 안된다. 외래어의 남용은 외제선호와 숭상과도 깊은 관련이 지어진다. 상품평가에 기준도 없고 자국문화에 열등감마저 느끼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혼돈에서 해매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지적될 점은 청소년의 사고와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다. 뿌리의 관념이 희박해 지고 부박한 유행에 파묻혀 증심을 잃는다. 국제화 시대에서 긴요한것은 먼저 남을 정확하게 알고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올바른 판단이 없이 추종을 일삼는 풍조는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할뿐이다.
외래어의 수용은 거듭 말하지만 언어생활의 확대와 다양화를 위해 필요하고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언어의 오염과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할것이다. 언어는 민족의 혼이라고 한다. 그것이 병들이 다른 색깔을 띠게되면 문화의 생명이 위협받을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게다가 오늘의 외래어 남용과 범람은 국적의 분간이 애매한 상태이다.
영어와 불어와 일어의 혼성까지 예사롭다. 뜻과 표현방식이 모호한 언어는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님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 애써 한문을 몰아내고 비언어를 끌어들인 몰지각은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언어의 순화는 강제와 규제가 아닌 자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한글날의 참다운 의미라고 생각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