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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십절 80주년 앞두고 불안한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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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십절 80주년 앞두고 불안한 정정

입력
199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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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움직임」 싸고 대만에 “난기류”/야등 악법철폐 요구 시위/보수파 “계엄령 불사” 맞서/양상곤주석등 중국도 “좌시않겠다” 경고10일은 중국 신해혁명이 발발한지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신해혁명을 계기로 수천년동안 지속돼온 군주제가 폐지되고 공화제가 도입되었으며 아편전쟁이래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중국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근대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 때문에 쌍십절로 불리는 이날은 대만의 국민당 정부뿐만 아니라 대륙의 공산당 정권도 국가기념일로 기리고 있다. 중국혁명의 아버지 손문이 창당한 국민당의 대만정부는 올해의 80주년 행사를 성대히 치르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80주년이라는 숫자의 의미도 의미려니와 87년 7월,40년간 지속돼온 계엄령을 해제한 이래 대만정부가 이룩해온 민주화의 성과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이다. 이밖에 소련 공산당 몰락이후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고양시키기 위한 목적도 담겨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각종 행사와 함께 이번 기념식에서는 3년동안 중단했던 군사 퍼레이드도 있을 예정이다. 1만2천여명의 병력과 1백7대의 항공기가 참여하는 대규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만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이번 쌍십절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 같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소련 공산당의 몰락과 남북한의 유엔가입이후 부쩍 목청이 높아진 대만 독립세력의 움직임과 이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발,그리고 대륙 공산당 정권의 경고 등이 기념일을 앞두고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대만 대학생과 주부 등 50여명은 총통관저 부근에서 「군사 퍼레이드 반대」와 「악법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시위자 4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야당인 민주진보당(DPP) 지지자들이 주축을 이룬 이날의 시위에서는 3년만에 다시 부활된 군사 퍼레이드를 예산낭비라고 비난했으며 폭동교사죄를 규정한 대만형법 1백조는 반체제인사의 탄압과 국민당 집권의 영속화에 이용되고 있으므로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형법 1백조의 폐지주장을 통해 국민당 정부가 자랑하는 민주화 노력이 허구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대만 보수세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8일 반체제인사 출신의 한 민진당 입법의원의 말을 인용,학백촌 행정원장 등 국민당내의 보수파 인사가 만일 9·10일중으로 대만 독립세력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경우,진압경찰에 발포권을 부여하는 등 강경대처할 방침을 결정했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학행정원장 등 이등휘총통에게 즉각 비상사태와 계엄령을 선포하고 모든 민주화 일정을 취소케하는 일종의 쿠데타 계획도 갖춰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중국 공산당 정권에서도 쌍십절을 기해 대만내 독립운동 세력에 대한 전례없는 강력한 경고발언을 하고있다. 중국의 양상곤 국가주석은 9일 신해혁명 8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정부는 대만이 독립을 하는 것을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겠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대륙과 대만 모두가 기념하는 쌍십절을 앞두고 대만 국내적으로는 소요가,또 양안 사이에서는 전례없는 거친 말이 오고가는 까닭은 바로 대만 독립세력의 급작스러운 대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남북한의 유엔가입은 대만의 유엔가입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한 방향으로 몰고갔다.

대만 입법원은 고립탈피라는 이유에서 유엔 재가입을 결의했고 이등휘총통도 최근 일본의 산케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유엔에 가입할 뜻을 비췄다. 이 총통의 이같은 발언은 공식적으로 부인되기는 했으나 중국내 정통 정부라는 자부심을 지녀온 보수 국민당 세력과 대륙의 공산당 정부 모두에게 적지않은 불안감을 안겨주었음이 틀림없다.

이처럼 어선한 분위기 속에서 대만정부의 입장은 나이브하다. 우선 민진당의 최근 움직임은 오는 12월로 예정된 국민대회 선거를 앞둔 선거운동의 일환일 뿐이라고 의미를 격하했다. 또한 대륙정책의 핵심목표는 본토에 민주주의와 민간기업의 씨를 뿌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국가의 통일을 이룩하기위해 1단계로 교류와 호혜의 단계,2단계로 상호 신뢰와 협력의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협상과 통일의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화의 진척이 대만독립의 움직임을 더욱 활성화 시킨다는 점에서 신해혁명 80주년을 맞아 부각되고 있는 대만 독립문제는 두고두고 양안정부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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