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쟁이 탈냉전시대 국제질서로의 한 디딤돌이 됐다면,석달넘게 포화가 오가고 있는 유고사태는 또다른 뜻에서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시련이요 도전이 되고있다. 걸프전쟁이 국제적 침략으로 유발된것과 달리,유고사태는 전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돼온 한나라의 국내 전쟁이다. 비록 비동맹 노선을 걸어 오긴 했지만,역시 이념의 이름으로 강요됐던 한 사회주의 연방의 해체가 몰고온 위기다.게다가 역사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가 인접국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다. 불가리아와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고,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슬로베니아를 지켜야 된다는 압력을 받고있다. 헝가리는 세르비아 지배하에 있는 헝가리계 주민과 유고공군에 대한 영공권 방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때문에 유고사태는 강력한 국제적 개입을 정당화할만한 도덕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않고,또 결정적 강제수단을 동원하기에 충분한 의견의 일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서유럽동맹(WEU)군을 보내자는 제안에 대해 영국이 강력히 반대한 것을 들수 있다. 유고전쟁이 시련이요,도전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유고사태는 연방유지 여부보다는 연방해체에 따르는 영토권 분쟁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시 말해서 2차대전 종전후 유럽대륙에서 벌어진 첫 본격적 영토전쟁이다. 이러한 성격의 영토분쟁은 유고연방이 아닌 소련 등 동유럽의 또다른 지역에서도 앞으로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유고사태 수습은 따라서 탈냉전시대 지역분쟁을 수습하는 또 하나의 선례가 된다는 뜻이 있다.
유고전쟁은 우선 형식상 휴전과 교전을 되풀이해온 세르비아 주도하의 연방군과,크로아티아가 또다시 유럽공동체(EC)의 중재를 받아들여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휴전이 아니라,양쪽이 합의할 수 있는 정치적 해결책을 누가 어떻게 찾아낼것인가에 있다. 걸프전쟁이후 「유럽의 경찰관」을 자부해온 WEU나 북대서양동맹,또 끈질기게 중재노력을 펴온 유럽공동체의 행동반경은 그 한계가 너무나도 뻔하다. 어느 기구가 됐던 서방측이 실질적인 개입을 하려면 먼저 유엔의 도덕적 승인과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또 이미 무너진 유고연방의 짜집기보다는 「해체」를 공식화하고 소련의 새연방 조약을 포함하는 그 다음 단계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것이다. 그 최종적인 합의는 오직 유고의 양대 당사자인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이룩해야할 것이다. 제3자의 평화유지군은 그 「조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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