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유엔 동시가입과 김일성 방중 의미남북한의 역사적인 유엔 동시가입이후 북한의 김일성주석이 이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중국을 방문해 주목을 끌고있다. 해방후 39차례에 걸친 김일성주석의 중국방문 가운데 최장기인 이번 체류기간동안 북한과 중국 지도자들은 한·중 수교문제와 북한·일 접근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일본내 최고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가미야·후지교수(64·신곡불이·경응대)의 특별기고를 통해 김일성의 방중의미를 짚어 보았다. 가미야교수는 지난 69년 한반도 냉전구조 탈피와 통일의 전제로 미·일·중·소 주변 4강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을 처음으로 주창해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었다. 그의 구상은 이제 남북한의 동시 유엔가입으로 거의 실현단계에 들어섰다.<편집자주>편집자주>
김일성 주석이 이례적으로 10일이 넘게 일정을 길게 잡은 중요한 이유는 그가 3일간의 공식 북경방문을 마친후 바로 산동 등지의 경제특구 시찰에 나선데서 엿볼 수 있듯이 이번 방중이 경제적 측면에 치중돼있기 때문이다. 김 주석을 수행한 북한 인사들의 면면이 군사전문가들 대신 테크너크랫 중심이라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또한 중국측 인사를 두루 접촉해 사회주의의 동반자로서 유대관계를 공고히하기 위해서도 많은 시일이 필요했던 듯하다.
그러나 이번 방중의 최대이슈는 북한·일 관계진전과 연계된 한·중 수교문제라고 판단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정책입안자들이 한·중 수교를 성사시키려고 너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무역대표부 개설로 이미 한·중 양측은 실질적 관계증진의 길로 접어든데다 북한 대외정책의 큰축인 북한·중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예측이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북한·중 관계가 예전처럼 돌같이 굳건한 혈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유연성이 부족한 북한의 강성입장이 중국의 기대와 잦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한·중 수교문제는 북한·중 관계의 진전변화에 따라 신중하게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전반적인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강경책을 취하지 않는게 좋을 듯하다. 북한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내부적 갈등을 밖으로 분출시켜야 하는 「압력솥」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가로막을 경우 폭발할 우려를 안고있다.
북한의 대일 접근과정에서 있어서도 폭넓은 개방이 체제의 개혁을 보다 촉진했던 동구 사회주의권의 선례를 참고삼아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북한 관계문제에 있어 일본측의 기본입장은 ▲한반도에 있어 한국은 일본의 주요파트너로 한국 입장을 훼손시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한일간의 사전협의가 중요하다는 두가지 원칙에 절대충실할 것이다.
지난달 남북한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면서 중·소가 한국을 인정하고 미·일이 북한을 공식화하는 교차승인이 사실상 이뤄진 셈이다. 따라서 남북유엔 가입의 의의는 한반도에 잔존하는 냉전구조의 청산이자 나아가 아시아에서 냉전의 종말이 개시됐다는 첫번째 신호이기도 하다.
이는 동시에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 공산주의 국가에 있어서 구체제의 종식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서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9월부터 가시화된 북한의 대일·미 접근자세와 유엔가입 등 일련의 현실적 외교노선의 추구움직임은 한계에 달한 김일성 체제를 고수하기 위한 외피적 정책변화임에 틀림없다.
유엔가입으로 피크를 이룬 북한외교의 교조노선 탈피,현실 노선으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그 배경이야 어쨌든 추후 북한 자체의 근원적 변화를 예지하고 있다.
유엔가입을 계기로 북한은 한국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셈이고 남북대화를 판문점에서 국제무대로 격상시킴으로써 한반도의 평화공존과 통일에의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북한의 통일안인 고려 민주연방공화제 주장만하더라도 「두개의 제도,두개의 정부」에 기초한 연방방식의 통일을 제안할 정도로 유연해졌다. 이는 두개의 주권국가가 공존하는 남북연합이라는 한국의 제안에 의외로 접근해 있어 서로의 합의점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필연적 개방에 처한 북한은 여타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미 개혁에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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