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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그림그리며 「우리말지키기」 25년/한글날 감회…숨결 새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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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그림그리며 「우리말지키기」 25년/한글날 감회…숨결 새벌씨

입력
1991.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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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우리것 가꾸는 일/부인·아이 모두 한글이름 지어/“지하철 방송등 잘못된 말쓰기 많아”숨결 새벌씨(51·경기 과천시 문원동 323의3)는 한글로 그림그리는이(화가)이다.

삼베에 기름물감으로 그린 그의 그림 「하늘나무」는 「나무」라는 글자가 땅에서 솟아나 하늘을 향해 힘차게 자라오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또다른 그림 「나무숲」에는 「나무」글자가 바위모양의 「숲」위에 튼튼히 박혀있는 등 그의 많은 그림들은 한글꼴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것들이다.

그의 터받이(성씨)인 「숨결」은 살아 숨쉬는 삶의 일렁임을,이름 「새벌」은 해돋는 밝은 땅을 뜻한다. 성씨바꿈이 허용되지 않아 주민등록에는 손새벌로 되어있다. 원래의 한자 이름은 손동진이었다.

중국에서 빌려온 성과 이름을 버리고 본디의 우리것을 되찾아 새 이름을 지었다. 그의 아내도 이학희란 한자이름을 이 두루미란 우리 이름으로 바꿨다.

두 딸과 아들은 아람(23·숙명여대 산업미술4) 가람(21·이화여대 법학3) 참(19)이란 이름을 갖고있다.

숨결씨는 경남고 다닐때 우리말본과 옛글 스승이었던 김계곤씨(한글학회이사)와 손동인씨(아동문학가)의 영향으로 우리글의 빼어남에 눈떴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뒤 67년부터 25년 가까이 경기고와 용산고 등 10여곳의 중고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면서 배움아들 딸들에게 그가 가르친 것은 「그리기란 아름다움을 배우는 것이며 아름다움을 배우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짓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아름다운 짓」은 우리다운 것을 찾고 가꾸는 일이었다.

그래서 경례란 일본식말은 절로,안녕하십니까는 반갑습니다로,감사합니다는 고맙습니다로 바꿔 부르게하는 등 우리말로 바꿀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바꿔 쓰도록 했다.

『지하철 안내방송의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 물러서 주십시오」는 떨어져 죽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한걸음 안으로」가 돼야한다』 『어느 방송의 「가로수를 누비며」는 가로수를 모조리 베어내자는 뜻과 같다』 잘못된 말쓰기에 대한 그의 지적은 그칠줄 모른다.

우리말에 대한 그의 고집은 한글학회와의 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한글학회는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글을 갈고닦는 모임이 어째서 한자말인 「학회」냐는 것이다.

숨결씨는 몇해전 한글학회가 주겠다는 공로상을 끝내 마다했다. 『남에게 기림받기 위해 한 일도 아니고 상을 받을 만큼 제대로 한 일도 없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학회」가 주는 상은 받지 않겠다는게 속뜻이었다. 올해도 학회가 한글날을 맞아 주겠다는 감사패를 극구 마다했다.

올해부터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숨결씨는 『다른 어느나라에도 없는 자랑스러운 글자의 돌잔치를 지키지는 못할망정 없앴으니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림을 통한 한글지키기를 좀더 제대로 하기위해」 올봄 교단을 떠난 숨결씨는 과천 집에서 말뿐 아니라 닿소리와 홀소리를 꼴바꿈한 새로운 그림을 준비중이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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